'선의의 충고'인데 왜 안 듣는 거지? 되레 싸움에 휘말리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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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해프닝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다른 사람의 도움말이 도움이 될까요.

사람들은 흔히 어리석은 행동을 하거나 하려는 사람, 혹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보면 '충고'를 합니다.

그건 충고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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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나의 충고가 상대를 변화시킬 수 없는 이유 (글 : 양선희 소설가)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
정나라 사람이 신발을 사려고 먼저 발 치수를 재서 자리에 놓아두었는데 시장에 갈 때는 놔두고 갔다.
신발을 다 보고 나서야 치수 잰 것을 놔두고 온 게 생각나 다시 돌아가서 그것을 가지고 다시 왔지만, 시장이 문을 닫아서 끝내 신을 살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왜 발에 직접 신어보지 않았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치수는 믿을 수 있지만 내 발은 믿을 수 없소."
 
#2
정현 사람 복자가 아내에게 바지를 만들라고 했다. 처가 물었다.
"이번 바지는 어떻게 만들까요?"
"내가 입던 낡은 바지처럼 하시오."
그러자 아내는 새 옷감을 훼손해서 낡은 바지처럼 만들었다.
 
#3
한 정현 사람이 수레의 멍에를 주웠다. 하지만 그 이름을 몰라서 사람에게 "이게 어떤 물건이냐"고 물었더니 "수레의 멍에"라고 알려주었다. 또다시 한 개를 주워 사람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물건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것도 "수레의 멍에"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물어본 사람이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전에도 수레 멍에라 하더니 이번에도 또 수레 멍에라 하느냐. 그게 어찌 이렇게 많은가. 이건 네가 나를 속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와 싸움이 벌어졌다.

황당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해프닝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다른 사람의 도움말이 도움이 될까요. 정나라 사람에게 '왜 직접 신어보지 않느냐'고 조언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 발은 믿을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당하죠. 수레의 멍에를 알려준 정현 사람도 괜히 나섰다가 싸움에 휘말립니다.

사람들은 흔히 어리석은 행동을 하거나 하려는 사람, 혹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보면 '충고'를 합니다. 그를 위한 선의라고 굳게 믿으면서요. 그러나 '충고'는 거의 먹히지 않습니다. 간혹가다 그가 잘못되면 '나는 그가 잘못되기 전에 충고했다'는 마음의 위로를 얻을 뿐이죠.

실제로 타인에 대한 충고는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왜? 사람은 각자 자기의 안목과 생각에 갇혀 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보는 대로, 각자가 믿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들. 그건 충고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겠지요. 충고를 하는 사람이 더 현명하거나 우월한 건 아닙니다. 사람은 행동하거나 말할 때 각자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남의 일에 세세한 것을 다 따져서 진정 도움이 되는 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역시 자신의 안목과 생각 혹은 경험 안에서 남의 일을 재단하는 것뿐이겠지요. 게다가 '내가 한 말이 내 뜻 그대로 전달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4
연나라 재상에게 편지를 써서 보낸 사람이 있었는데, 밤에 쓰다 보니 불이 밝지 않아서 시중드는 사람에게 등촉을 올리라(거촉)고 했다. 그러고는 편지에 '거촉'이라고 잘못 썼다.
그런데 연나라 재상은 이 편지를 받고 기뻐하며 말했다.
"등촉을 올리라는 것은 불빛을 밝히라는 뜻이고, 불빛을 밝힌다는 것은 현명한 사람들을 뽑아 임용하라는 것이다."
연나라 재상이 왕에게 말하자 왕은 크게 기뻐하였고, 나라를 잘 통치했다. 잘 통치하긴 했지만, 편지의 본뜻은 아니었다.

이 사례는 본뜻이 '왜곡'되어 오히려 잘 쓰인 경우입니다. 이처럼 본뜻을 벗어나 잘 쓰이는 경우도 있고, 오해를 불러 사달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끼리 말로 소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입 밖으로 나간 말, 글로 쓰인 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듣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상황이 바뀌면 말이 바뀝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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