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된 오버투어리즘…유럽, 묘안 찾기 골몰

박은경 기자 2024. 9. 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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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수입은 분산되는데 대부분 주민은 일상 파괴
관광세도 관광객들 막지 못해…여행 패턴 바뀌어야
관광객들이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일몰을 감상하려고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간경향]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올여름 지구는 달아올랐고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났으며, 관광객들이 몰려든 유명 도시들은 뜨거운 몸살을 앓았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 관광) 때문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을수록 많은 관광 수입을 거둘 수 있지만, 이런 수입은 일부에만 집중되고 대부분 주민은 일상의 파괴를 견뎌야 한다. 특히 유럽인들이 느끼는 오버투어리즘의 공포는 심각하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 몸살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언덕에 눈부시게 하얗게 칠해진 주택, 파란 돔의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유명한 그리스 산토리니섬은 관광객들에게는 꿈의 여행지로 꼽힌다. 완벽한 색감을 보여주는 이 섬은 ‘노 필터’로도 충분한 인생샷을 찍을 수 있어서 ‘인스타그램 성지’로 꼽힌다.

이 때문일까. CNN에 따르면 지난해 이 아름다운 섬을 찾는 관광객은 340만명에 달한다. 성수기에는 대형 크루즈가 한꺼번에 1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쏟아낸다. 좁은 자갈길과 절벽 옆으로 이어진 발코니는 석양을 보면서 셀카를 찍으려는 휴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산토리니 거주자는 2만명 정도다. 결국 니코스 조르조스 산토리니 시장은 “섬으로 오는 크루즈 승객은 하루 8000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며 “2025년부터 상한선을 적용해 섬을 보존하겠다”고 선언했다.

포르투갈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오르막길이 많은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은 삼륜차 ‘툭툭이’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50년간 리스본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해 온 로사 알베스는 유로뉴스에 “해가 뜨자마자 나타난 툭툭이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관광객들을 실어나른다”면서 “밀려드는 관광객과 툭툭이, 교통체증 때문에 집 밖을 나설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스페인 주요 도시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20년간 살았다는 알바는 가디언에 “원래 동네에 철물점과 정육점이 있었지만 이젠 관광객들을 위한 바와 레스토랑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갓 지난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항공편이 회복됐고 보복 여행 심리를 부추겼다. 숙박 공유 플랫폼의 발달로 거주지와 관광숙박업소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여행객들은 더 깊이 현지인들의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같은 플랫폼이 늘면서 관광 수요가 더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버투어리즘이 유독 유럽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풍부한 관광 자원과 유럽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이동 등이 꼽힌다.

관광대국인 스페인 곳곳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마요르카섬에서 열린 과잉 관광 항의 시위로, 참석자들이 ‘관광은 괜찮지만 이렇게는 아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에서는 관광객에게 물총 쏘기도

생활 터전을 옮기는 유럽인들도 늘고 있다. 리스본, 바르셀로나의 일부 주민들은 관광객 없는 도시를 찾아 떠나고 있다. 이들이 떠난 주택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해 관광객들의 차지가 됐다. 남은 이들의 생활환경은 더 악화했다. 주택 임대료가 상승하고, 주택 부족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쓰레기 증가, 소음 공해, 물 등 자원 부족 문제가 발생한다. 관광 중심의 산업 구조가 고착되면서 저임금 서비스업 일자리는 늘고 고임금 기술직은 사라지고 있다. 관광 급성장이 장기적으로는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스위스 루가노대 연구팀에 따르면 2010∼2019년 이탈리아 관광업 붐은 교육 수요를 줄여 대학 등록·졸업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들에 대한 불만이 노골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리스본의 유명 식당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현지 주민들에게 받는 것보다 높은 가격이 쓰여 있는 다국어 메뉴판을 준다. 포르투갈에서는 이중가격제가 불법이기 때문에 현지 가격을 관광객들 눈에는 잘 띄지 않게 적거나, 현지 손님들에게만 귀엣말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에서는 오버투어리즘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카나리아제도 전역에 모인 수만명의 시민은 “이건 약탈이다”, “우리 섬이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이에 앞서 일부 활동가들은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대서양에 있는 군도인 카나리아의 주요 7개 섬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지난해 1390만명에 달한다. 섬 전체인구(220만명)의 6배를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 것이다. 지난 7월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진 오버투어리즘 반대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는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아온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관광객들에게 도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시 당국이 책정한 입장료는 한 사람당 5유로(약 7438원)다. 그러나 ‘입도세’로도 관광객 수를 줄이지는 못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약 3개월간 예상보다 훨씬 많은 48만5000장의 입장권을 팔았지만, 관광객 수는 오히려 소폭 늘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올해 해외 관광객 수는 15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기록을 웃돈다. 지난해에는 12억8600만명으로 2019년의 88% 수준이었다. 관광대국인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 이상이었는데 이는 유럽연합(EU) 평균(0.4%)보다 높다. 관광업은 포기할 수 없는 주요 수입원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다.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는 여행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행 저널리스트 페이지 맥클라나한은 “바르셀로나나 베네치아가 관광객을 제한하더라도 새로운 대안 관광지는 많다”고 했다. 그는 “결국 여행지 수를 줄이고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면서 “이번 여행이 인생에서 현재의 풍경과 야생 동물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다르게 여행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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