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잇따른 금호타이어, 안전설비 투자 소홀 탓?

이영주 기자 2024. 9.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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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광주·곡성·미국공장서 잇단…4명 사망
인수 5년 만에 흑자 전환, 설비투자 약속 이제야
노조 "공장 이전 백지화 노후 설비 투자 주저"
사측 "노사 합의 통해 재발 방지 대책 세우겠다"
[광주=뉴시스]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광주 지역 대표 사업장인 금호타이어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개선된 경영 실적에 비해 설비 안전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조는 현 모기업 인수 이후 사측이 공장 이전까지 고려하다 안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안전에 대한 투자 만큼은 꾸준히 유지했다며 일축했다.

1일 금호타이어와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호타이어 광주·전남 곡성·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4건에 달한다.

지난 7월 광주공장에서는 정련 공정에 투입된 노동자가 타이어 생산용 고무 더미에 깔려 머리를 크게 다쳤고 19일 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앞선 4월29일 곡성공장에서 품질 점검 중이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같은 달 10일 미국 조지아공장에서도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가 났다.

외주업체 직원 사망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9일에는 광주공장 배전실 2층에서 외주 협력사 직원이 고압 전력 설비에 감전돼 숨졌다.

올해 들어 불과 5개월 사이 산재 사망 사고가 4건에 이르면서 광주공장·곡성 공장장 등 주요 관계자가 형사 입건되는 등 경찰과 노동 당국의 수사가 한창이다.

노조는 사측이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노후한 공장 설비 개선에 적극 투자하지 않은 탓이라고 보고 있다.

【광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금호타이어 최대 주주인 중국 더블스타그룹의 차이용션 회장. 2018.08.28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금호타이어는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이익에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기순이익 기준 적자는 2022년까지 이어졌다.

2022년 3조원대 매출을 올렸으나 당기순이익 775억원 적자를 낸 금호타이어는 지난해에야 더블스타 인수 후 5년 만에 완전 흑자로 돌아섰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액 4조413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 4109억원, 당기순이익은 1718억원을 달성했다.

노조는 특히 사측이 적자 누적 상황에서 광주공장의 이전 문제로 설비 안전 분야 투자에 주저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사측은 광주공장 부지 매수자를 물색하다 진척이 없자 지난해에야 노조와 광주공장 1100억원, 곡성공장 520억원 설비 투자에 합의했다.

광주공장의 경우 작업환경 노후화가 심각한 데도 개선·현대화가 더뎠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지게차 안전 사망 사고 두 달 전인 지난 5월 노사와 노동 당국이 함께 벌인 위험성 평가에서는 적치물에 따른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삼거리 형태의 사고 지점은 지게차 양방향 통행이 불가능한 3m 남짓 폭으로 주변에는 타이어 원자재 등이 쌓여 있었다. 보행자 위치 식별이 가능한 반사경이 천장에 설치돼있었지만 지게차 운전 도중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사각지대도 있었다. 보도와 차도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줄곧 제기됐다.

노조는 그동안 해당 지점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는데도 사측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한다. 지난 3년간 공상 처리 사고(입원 사흘 이하 부상)는 50여 건, 산재 사고도 총 4건 발생했다. 거듭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환경 개선은 결국 사망 사고가 난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뉴시스]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21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금호타이어 특별감독·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2024.08.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노조는 사측이 사상 최대치 매출을 달성한 만큼 산재의 근본 배경인 공장 노후 설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 현 설비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더블스타 인수 당시 약속한 광주공장 시설 현대화 1100억원 투자 합의도 이전 계획이 무산되고 뒤늦게 노사 합의로 진행됐다"며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안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매번 더블스타의 눈치를 보며 주저했다. 회사가 최대 매출을 올린 만큼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즉각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과 달리 공장 내 안전 설비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고 맞섰다.

어떤 안전 설비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경우 간접 지원부서에 드는 비용 등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공장 가동과 안전과 직결되는 비용은 결코 줄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장 이전 계획과 안전 설비 투자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또 "잇단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 수사와 노동청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수사 결과 등과는 무관하게 노사 협의를 거쳐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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