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은 '오진'"…33년차 산부인과 의사의 쓴소리[인터뷰②]
"의료 보험 도입될 당시 산부인과 '저수가'로"
"일 고되고, 수입 적어…다시 태어나면 안해"
정부의 의대 증원에 "원인 분석 잘못한 오진"
"발 뺀 전공의들은 인기과로…필수과 안올것"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이른바 '빚 7억' 의사로 널리 알려진 심상덕(64) 원장은 전문의를 취득한 뒤 33년째 산부인과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젊은 시절 대형병원을 나와 동료 의사들과의 동업을 하기도 했지다. '진오비'라는 의사 모임을 꾸려 낙태 수술·태동 검사 문제 개선이나 연수 프로그램 고안 등 산부인과 활로 개척을 위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7년 전부터는 서울 마포구에서 의사 1인 병원인 진오비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는 고단한 삶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심야 환자 등에는 무료 진료까지 하고 있으니 돈벌이에는 영 재주가 없는 의사다.
심 원장은 "인품으로나 사회성으로나 많이 모자라지만, 내가 몸담은 의업에서 만큼은 원칙을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한 의사라는 점이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는 필수 진료 분야임에도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비인기과가 됐다. 심 원장 역시 다시 태어난다면 산부인과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산부인과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단점은 일이 고되고 수입은 적으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장점은 산과 의사의 경우 출산을 도와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다는 보람이 있다."고 했다.
산부인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수가가 다른 과와 비교해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과거 타 과 대비 '비급여' 항목이 많아 비교적 저수가로 합의가 이뤄졌으나, 점차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산부인과 운영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진료과목 간 급여 진료의 비용과 수익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산부인과의 원가보전 비율은 61%로 가장 낮았다.
최근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의료 정책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을 '오진', 5년 전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상황을 '무법지대'라고 각각 표편하기도 했다.
뉴시스는 지난달 22일 다시 태어난다면 의사가 아닌 '서점 주인'이 되고 싶다는 심 원장을 만나 그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부인과 수가 저평가…능력 있어도 한계"
-과거 '진오비'라는 의사회에서 산부인과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내셨었는데.
"태동 검사 문제라든가 굉장히 많은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유방 분야 (해외)연수나 의사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거, 산부인과도 활로를 찾자(는 취지였죠). (또) 낙태 금지 운동하면서 뭔가 좀 바꿔보고자 했는데, 개선되기는커녕 사회적으로 논란만 잔뜩 일으키고 아무것도 제도는 바뀐 것이 없죠."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품으로나 사회성으로나 많이 모자라지만, 제가 몸담은 의업에서만큼은 원칙을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한 의사라는 점이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필수과 의료 수가 문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부인과 수가가 지금 굉장히 저평가돼 있어요. 1970년대 의료 보험 제도가 도입됐어요. 도입될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급여가 많아서 질염 치료 등은 '그냥 해줘' 이렇게 합의한 거예요. 과거에는 의료 보험 되는 게 없어서 양보하듯 했는데 지금은 거의 다 보험(급여)이 돼 버렸어요, 성형외과 분야만 빼고. 능력만 있으면 지금보다 두 배 더 벌 수 있고, 없으면 반도 되는 게 성형외과인 거죠. 그런데 이쪽은 망하는 쪽이 많습니다. (수가를 낮게) 묶어놨는데 (그럼) 환자를 많이 봐야 되는데 출산을 많이 도와야 되는데 출산율이 줄어서 올 사람이 없죠. 산부인과는 자기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똑똑한, 잘생긴 애를 나오게 할 수가 없어요. 결국 자연분만을 많이 도와주고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이런 것들이에요.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의과대학에는 아픈 사람들을 돌보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데 거부감이 그렇게 크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거예요. (여기에) 직업적인 안정성과 경제적으로 중간 이상의 생활 때문에도 가는 건데 산부인과나 흉부외과는 이게 지금 안 되는 거죠."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직업을 택하실 건가요.
"의사 외의 직업을 택하고 싶습니다. 로망은 서점 주인이나 여행 작가예요. 의사를 하게 된다면 산부인과 외의 다른 진료 과목을 택할 것 같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단점은 일이 고되고 수입은 적으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장점은 산과 의사의 경우 출산을 도와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다는 보람이 있다는 점이죠."
"'의대 증원', 의료로 치면 오진…낙태, 무법지대 돼"
-현재 의료 대란 사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응급실을 가네 못 가네' 하는 이런 사태가 생긴 건 의대 증원 사태에서 벌어진 거잖아요, 정부 말처럼 '응급실 뺑뺑이'는 그전에도 있었죠. (그런데) 이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모양이 됐고, 그렇게 되는 데는 문제의 원인 분석이 틀렸어요. 그러니까 의사 숫자가 모자라서 지금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이 생긴 게 아닙니다. 의사 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소아과·응급실 의사가 부족하거나 적자적소에 배치되지 않아서인 거죠. 무슨 면허제로 바로 개업을 못하게 해도 '몇 년 트레이닝하고 성형외과 개업하겠다'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되겠나요. 문제의 분석, 대응 방법이 틀렸습니다. 의료로 치면, 오진했고 태만하게 치료했어요. 잘못한 거예요."
"전공의들이 지금 사직했잖아요, 그리고 일반 병원에 취직한다는 거예요. 그럼 이제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입니다. 고생했는데 전문의가 아닌 거죠. 근데도 (사직)하는 이유는 30년 경력 의사도 지금 하기 어렵고 싫은 상황인데, '4년이면 일찍 잘 (발을) 뺐네' 이겁니다. 그러니까 (투자한 것들이) 아깝다고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성형외과, 피부과 그런 사람들이 일부 돌아오는 거예요. 응급의학과나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가 돌아온 경우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할까요.
"돈으로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에요. 그런데 주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죠. 첫째 전체 의료 파이를 놓고 이 안에서 배분하는 방법인데, 이게 조절이 될까요 어렵겠죠. 나머지 하나는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겁니다. 만약 적정 수준으로 주려면 출산율이 3~4분의1로 줄었으니, 수가를 3배로 올려줘야 되겠죠. 분만 안정 수가, 지역 할당 수가 등으로 올려준 게 있긴 하지만 이걸로는 안 되겠죠. 그럼 건강보험료를 개인이 (지금보다) 3배쯤 내면 되는데, 내실 의향이 있으실까요. 이걸 하려면 국민들이 그걸 이해하고 감수할 준비가 돼야 됩니다. 이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하도록 노력을 해야 돼요."
-지난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무법지대가 된 거죠 지금. 낙태의 대부분 사유는 90% 이상이 사회, 경제적 이유 때문입니다. 법을 개선해서 이렇게 된 건데 결국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뜨거운 감자니까 지금 법을 못 만들고 있단 말이에요. 왜냐하면 (허용 기간을) 몇 주에 맞출지를 못 정하는 거예요. 이게 나라마다 다 달라요. 종교색이 강한 나라들은 8~12주 초기에 맞춰져 있고, 희미한 나라들의 경우 20주로 정한 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성, 종교 두 단체 파워가 세서 정부도 선뜻 어느 쪽 편을 들어줄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또) 그럼 사회, 경제적 이유는 모두 들어줄 것이냐 이것도 문제죠. 유럽 국가들은 들어주긴 하는데 숙려 기간, 복수 의사의 판단 등의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복잡한 세부적 항목 때문에 지금 합의를 못 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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