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혁의 Car Talk] 스웨덴 폴스타, 외부 충격 시 고전압 시스템 차단 기술로 배터리 폭발 저지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었다. 주차된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주변 차량으로 번지는 영상은 한국은 물론, 전동화에 사활을 건 완성차 업체들에도 충격을 안겼다. 전기차 화재는 종종 보고됐지만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닌,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고조됐다. 전기차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던 사용자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가만히 있던 전기차는 왜 불에 탔을까. 문제가 된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기차에 흔히 쓰인다.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배터리와 유사하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뜨거워 당황한 경험이 한두 번은 있지 않나. 여기서 열이 한계를 넘으면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드물지만 스마트폰 배터리에서도 화재가 발생한다. 단지 크기가 작아 자동차만큼 치명적이지 않을 뿐이다.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단일 덩어리가 아니라 셀이라고 부르는 작은 배터리들이 모여 하나의 배터리를 구성한다. 충격이나 결함 등으로 특정 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른 셀로 불이 옮겨붙으면 배터리 전체가 불타게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잠재적 결함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한편에선 새로운 종류의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고체 상태 배터리인 전고체는 열 안정성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소형 전자기기에 사용되지만 아직 전기차에 탑재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 전기차의 잠재적 불안을 해결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 최근 배터리 안정성을 강조하며 출시된 전기차들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차, 순수 전기차 플랫폼 'E-GMP'로 안전성 입증
얼마 전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쿠페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폴스타4를 국내에 출시했다. 최대 400kW 출력을 자랑하는 폴스타의 가장 빠른 전기차인 폴스타4는 리어 윈도를 없애고 실내 공간을 넓혀 비즈니스 라운지처럼 여유로운 2열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국내 출시 현장에서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폴스타에서는 단 한 건의 배터리 폭발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배터리 안전성을 강조했다. 폴스타4에는 CATL이 만든 100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200kW 급속충전기로 배터리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하는 고속충전을 지원한다. 또한 외부 충격이 감지되면 고전압 시스템 차단 기술이 작동해 배터리 폭발을 저지한다. 배터리는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감싸 충격을 최소화했다. 화재가 보고된 적 없다고 하니, 배터리 내부 발열로 인한 열폭주 불안도 잠재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지프 역시 소형 전기 SUV 어벤저를 출시하며 배터리 화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프로드 상황에서도 배터리 내구성을 충분히 검증했으며, 배터리 보호를 위한 별도 프로토콜을 적용했다고 한다.
주행 가능 거리 늘린 신형 포르쉐 타이칸
플랫폼 기반으로 배터리 안정성을 높인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순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아이오닉 6와 기아 EV9 등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E-GMP는 배터리 팩 구조물을 활용해 차체 강성을 높였다. 동시에 차체 측면 배터리 바깥에 위치한 사이드실 내부에 알루미늄 압출재를 적용해 측면 충돌 시 하부 프레임과 배터리 케이스 등으로 충격이 분산되게 했다. 후방 추돌 시에도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다. 하부에는 강판을 보강해 세이프티존 변형을 방지하고 배터리 손상도 막는다. 전면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하도록 다중 골격 구조도 채택했다. E-GMP 기반 차량들은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배터리 안전성에만 집중하는 추세는 아니다. 효율과 성능도 함께 끌어올려 전기차의 장점을 강화하고 있다. 8월 22일 국내에 출시된 포르쉐 타이칸에는 성능과 효율을 높인 배터리 시스템이 장착됐다. 특히 타이칸 4S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모델에는 기존 93kWh보다 증가한 105kWh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주행 가능 거리는 이전 모델보다 65%(약 197㎞ 증가) 늘어난 최대 500㎞에 달한다. 드라이브 트레인은 물론, 주행 시 회생제동 용량도 기존 290kW에서 최대 400kW로 30% 이상 증가했다. 공기역학과 롤링 저항을 줄인 타이어가 적용되는 등 외적인 부분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신형 타이칸은 더 오래 주행하고, 더 빨리 충전된다. 800V 직류(DC) 충전소에서는 이전보다 50kW 증가한 최대 320kW까지 충전할 수 있다. 퍼포먼스 배터리의 급속 충전 기술도 개선돼 300kW가 넘는 충전 용량을 최대 5분 동안 유지하고, 낮은 온도에서도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충전 상태 10%에서 80%까지 걸리는 시간도 이전 세대 대비 21.5분에서 18분으로 줄었다. 배터리 용량은 늘었지만 고전압 배터리 온도 15℃ 조건에서 18분이면 충전이 끝난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알루미늄 도어 실 프로텍터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했으며, 용량은 증가했지만 무게는 줄어든 향상된 배터리를 탑재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안전성이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두려움을 잠재우려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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