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실적·재무 적신호…영구채로 숨통 튼다
한화솔루션이 올해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첫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재무 건전성도 나빠져 사상 최대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 32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이다. 한화솔루션 영위 사업의 양대 축인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케미칼(석유화학)이 모두 부진했던 탓이다. 올 상반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2771억원, 케미칼은 36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는 2분기 연속, 케미칼은 3분기 연속 적자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영업손실 1979억원'이다. 이같은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한화솔루션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13년 만에 첫 연간 적자가 된다.
시장에서는 한화솔루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한화솔루션 목표가를 2만9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떨구며 "실적 부진이 최소 2024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적자 폭은 매 분기 축소되겠지만 흑자 전환 시점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화솔루션이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목표가도 2만2000원으로 29% 낮췄다. 한화솔루션의 주가인 2만5650원(23일 종가)보다 아래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재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 제외)은 올해 6월 말 10조원을 넘겼다. 6개월 만에 43% 증가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사업 현금 창출력이 떨어져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초부터 미국에 잉곳,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 '솔라허브 프로젝트'를 구축 중이다. 여기에만 3조2000억원 이상 투자를 계획했다.
지난 6월 말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106%에 달한다. 작년 말보다 20.6%포인트 뛰었다. 통상 기업의 순차입금 비율은 20% 이하면 적정 수준으로, 100%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한다.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85%로 작년 말보다 26%포인트 올랐다. 올해 20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입금의 질이 좋지도 않다. 당분간 본업에서 돈을 벌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만 6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한화솔루션은 최근 7000억원 규모 사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자본시장 사상 최대 규모다.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 개선 효과를 내지만 사실상 차입금과 다름없다. 금리까지 높다. 한화솔루션 영구채의 금리는 연 5.95%다. 3년 뒤부터 콜옵션(조기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1.3%포인트 가산금리가 매겨진다. 영구채 발행 자체가 재무구조 악화의 지표격인 이유다. 한 회계사는 "통상 영구채는 장기채로 금리가 높은 편이라 이자부담이 크다"며 "그럼에도 기업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건 부채비율 개선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한화솔루션의 실적·재무 악화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그룹 지주사인 (주)한화가 지분 36.31%를 보유한 그룹의 에너지 사업 주축인 회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그룹에 대해 "석유화학 부문 부진 장기화와 태양광 실적 회복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두 한화솔루션이 영위하는 사업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석유화학, 태양광 업스트림(셀·모듈), 건설이 한화 계열의 주요 리스크 부문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며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의 그룹 내 매출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있으며 차입금이 증가하고 재무 부담 확대됐다"며 "한화솔루션은 주력 사업 하향 요건 충족한 상태로, 확대된 차입부담을 고려했을 때 주력 사업 실적 반등과 차입금 축소를 위한 대응책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화그룹이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태양광 부문 대표이사를 돌연 교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예년보다 1개월 이상 빠르게 이뤄진 '원 포인트 인사'였다. 업계는 배경이 실적부진, 재무악화 등이라고 해석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미국 태양광 시장이 초과공급 상태여서 수익성이 다소 둔화됐지만, 솔라허브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내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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