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고참들 사이에서…‘삼성맨’이 된 송은범이 잡아낸 아웃카운트 하나에 담긴 희망
8월의 마지막 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삼성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고참 투수들이 선발과 불펜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선발 투수 백정현은 조기 강판됐다. KIA의 방망이가 워낙 거셌다. 백정현은 1.2이닝 7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2회 나성범에게 적시타를 맞자마자 벤치는 움직였고 김대우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삼성의 방망이도 만만치 않았다. KIA의 선발 투수 황동하를 1.1이닝 6실점으로 내렸고 2회말에는 박병호의 만루 홈런으로 8-5로 앞섰다. 삼성의 리드는 경기 중반까지 이어졌다. 5회까지 12-9로 앞서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6회 삼성의 불펜이 또 다시 흔들렸다. 이상민이 최형우에게 좌월 홈런을 맞은 뒤 나성범의 몸을 맞혔고 오승환이 이제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은 최근 중간 계투로 나서고 있다. 8월28일 키움전에서는 선발 투수 이승민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다음날에도 두번째 투수로 투입됐다. 그리고 이날도 난타전 속에서 팀의 5번째 투수로 나선 것이다.
중간 계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오승환은 이날은 KIA 타선의 불을 끄지 못했다.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은 오승환은 이우성, 한준수를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우며 임무를 완수하는 듯 했으나 최원준을 내야 안타로 보낸 뒤 흔들렸다. 그리고 박찬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최지광이 소크라테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오승환이 남겨둔 주자 2명을 들여보냈고 오승환이 책임질 점수는 3실점으로 늘어났다. 삼성은 12-14로 뒤처졌고 한번 뺏긴 리드를 경기 끝까지 가져올 수 없었다.
선두를 노리는 삼성은 1위 KIA와의 격차가 5.5경기로 더 벌어졌다.
삼성은 올해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면서 선전하고 있고 시즌 막판 선두 싸움까지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고참 투수들이 버텨주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나마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송은범이 1군 등록 후 첫 피칭을 잘 소화했기 때문이다.
9회 김태훈에 이어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은 1사 1·3루에서 나성범을 5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동시에 1루에 있던 김호령이 도루에 실패하면서 이닝이 끝났다. 사실상 송은범이 잡은 아웃카운트는 하나였지만 불펜 운용의 옵션을 더해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경기였다. 최고 구속은 140㎞까지 나왔다.
삼성은 지난 7월25일 송은범의 영입을 발표했다. 송은범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에서 방출됐다.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했던 송은범에게 삼성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 5월 중순 2군 구장인 경산에서 재활군에 합류해 훈련을 소화하며 기회를 기다렸고 7월 중순에는 구단의 테스트를 통과했다.
실전에 투입될 수 있을 감각을 끌어올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지난 8월29일 1군에 등록됐다. 등록된 뒤 경기를 뛰지 못했던 송은범은 난타전이 벌어졌던 KIA전에서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7월8일 롯데전 이후 1년여 만에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삼성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1패였지만 송은범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었던 계기였다. 젊은 선수들이 전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은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아줘야한다. 송은범이 새롭게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줄 고참 투수로서 활약해줘야 삼성은 시즌 막판까지 달려갈 수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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