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방출 통보에 충격, 연락 끊더니…왜 하필이면 '사인 훔치기' 악연 휴스턴으로 이적했나 "우승 기회"
[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에서 방출된 뒤 충격에 휩싸였던 베테랑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35)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우승.도전 기회를 얻었다.
헤이워드는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에서 방출된 뒤 FA로 풀려 5일 만에 휴스턴과 계약을 맺었다. 휴스턴은 다저스와 악연이 있는 팀이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불법 사인 훔치기로 다저스를 꺾고 우승하면서 양 팀 선수들 사이에 설전과 빈볼이 오가기도 했다. 헤이워드의 다저스 방출 후 휴스턴행이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헤이워드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휴스턴 크로니클’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헤이워드는 “처음에는 (집이 있는) 시카고로 돌아가 가족들과 오프시즌을 기다릴 줄 알았는데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았다”며 “하지만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았다. 휴스턴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매일 경기에 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 생각했다”고 휴스턴 이적 배경을 밝혔다.
휴스턴은 주전 우익수 카일 터커가 오른쪽 정강이 부상으로 6월 중순부터 장기 결장 중이다. 대체 자원인 채스 맥코믹도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외야 보강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헤이워드가 방출됐다. 다저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고 큰 충격에 빠진 헤이워드였지만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고, 우승 전력인 휴스턴의 제안을 받고선 또 다른 기회로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다저스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가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하자 헤이워드를 방출했다. 무키 베츠도 유격수에서 우익수로 원래 포지션에 복귀해 헤이워드의 입지가 애매했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하며 다저스와 1년 900만 달러에 재계약한 헤이워드였지만 올해는 방출 전까지 63경기 타율 2할8리(173타수 36안타) 6홈런 17타점 OPS .682로 부진했다.
대타로는 8타수 4안타 2홈런 7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방출 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2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도 3-3 동점으로 맞선 8회말 2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다저스로부터 양도 지명(DFA) 통보를 받았으니 헤이워드의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다저스로선 어쩔 수 없는 결정. 하지만 모범적인 생활과 리더십으로 팀 내 영향력이 매우 큰 베테랑 선수였다는 점에서 다저스 선수단의 동요가 없지 않았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부터 헤이워드와 절친한 친구 사이로 지낸 다저스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의 충격도 꽤 컸다. 방출 직후 다저스 선수 중 유일하게 헤이워드와 연락이 닿아 문자 3통을 주고받았다고 밝힌 프리먼은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끼친 영향력, 많은 젊은 선수들을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준 것을 생각해서라도 팀에 계속 남아있길 정말 원했다”고 아쉬워하며 “우리는 그가 포스트시즌 경쟁팀에서 다시 기회를 얻길 바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프리먼의 바람대로 헤이워드는 휴스턴이란 또 다른 우승 후보 팀에서 다시 기회를 얻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최초로 7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휴스턴은 이 기간 4번이나 월드시리즈에 나가 2번이나 우승했다. 올해도 73승62패(승률 .541)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어쩌면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를 만날지도 모른다.
헤이워드는 “시즌 후반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뛰게 됐으니 정말 운이 좋다. 10월 가을야구를 뛰고 싶었는데 휴스턴에서 연락이 왔다”며 “새로운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이다. 특히 매일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휴스턴에는 미래 명예의 전당에 오를 선수들도 있고, 젊은 선수들도 많다. 이들과 함께할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 에스파다 휴스턴 감독도 “헤이워드가 우리 팀에 와서 정말 기쁘다. 그는 정말 좋은 팀에 있었고, 우승 환경에 있었던 선수다. 코치나 선수 등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헤이워드는 휴스턴 이적 첫 경기였던 3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 8번 타자 우익수로 나서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5회말 1타점 2루타를 치며 6-3 승리에 디딤돌을 놓고 기분 좋은 이적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31일 캔자스시티전에선 6번으로 타순이 올라갔지만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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