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문성곤의 가치

손동환 2024. 9. 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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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4년 8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7월 11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문성곤은 KBL을 대표하는 수비수다. 수비만으로도 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영향력은 높은 가치로 이어졌다. 가치를 인정받은 문성곤은 2024~2025시즌 등록 선수 중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다. ‘2024~2025 연봉 킹’으로 거듭났다.

안양에서 다져온 것
문성곤은 경복고 시절부터 대형 포워드로 평가받았다. 고려대 시절에는 유재학 대표팀 감독(현 KBL 경기본부장)의 눈에 들기도 했다. 대표팀에 선발된 문성곤은 2013년에 열린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포워드 유망주였던 문성곤은 2015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다. 비록 데뷔 직후에는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지만, 김승기 감독(현 고양 소노 감독)의 지도 하에 조금씩 성장했다. KBL을 대표하는 수비수로 성장했다.
자신의 입지를 다진 문성곤은 ‘우승’이라는 영광도 함께 했다. 특히, 2022~2023시즌에는 ‘데뷔 첫 통합 우승’을 누리기도 했다. 문성곤은 팀 퍼포먼스까지 올릴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안양 KGC인삼공사(현 안양 정관장)에 입단했습니다.
1순위로 프로에 갈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 순번 때문에 긴장을 하진 않았죠. 다만, ‘어느 팀이 1순위 지명권을 얻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런데 KGC인삼공사가 1순위를 얻었어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KGC인삼공사는) 정말 가고 싶은 팀이었거든요. 제 롤 모델인 (양)희종이형이 있는 팀이기도 하고요.
기대를 받았지만, 데뷔 시즌에는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습니다.
(문성곤은 2015~2016시즌 2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평균 출전 시간도 7분 30초에 지나지 않았다)

기라성 같은 형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 부족했어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데뷔 시즌을) 가다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 막 입단한 어린 친구들은 저의 그런 시절을 모르더라고요.(웃음)
그렇지만 김승기 감독님의 지도 하에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요?
감독님께서는 우선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잡아내셨습니다. 그 후에는 선수들의 단점을 감추고, 잘하는 것들을 극대화했죠.
김승기 감독님께서 본 문성곤 선수의 장단점은 어떤 거였나요?
감독님께서는 돌파에 이은 옵션과 픽 앤 롤을 부족하다고 판단하셨어요. 대신, 몸싸움과 점프력을 좋게 보셨어요. 거기에 맞는 리바운드를 특성화하셨죠.
또, 저는 감독님으로부터 다양한 수비를 전수 받았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저한테 맞는 수비를 끄집어내셨고, 저는 활개치고 다닐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군 제대 후에, 출전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KGC인삼공사에서 3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선 운이 좋았어요. 좋은 감독님과 좋은 멤버들을 만났거든요. 그리고 세 번의 우승 모두 다른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래서 세 번의 우승은 저에게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터닝 포인트
문성곤은 2022~2023시즌 종료 후 첫 번째 FA(자유계약)를 맞았다. 피지컬과 수비, 리바운드에 특화된 문성곤은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문성곤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
문성곤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문성곤은 결론을 내렸다. ‘계약 기간 5년’에 ‘2023~2024 보수 총액 7억 8천만 원’의 조건으로 수원 KT와 계약했다. 원 소속 구단인 KGC인삼공사와 계약하지 않았다.
KT는 문성곤의 수비와 리더십, 근성 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문성곤은 2023~2024시즌 정규리그에서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비시즌 중 입은 부상을 완벽히 탈피하지 못했고, 송영진 KT 감독의 컬러를 100%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성곤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습니다. 데뷔 첫 FA였는데요.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그때를 생각하지 않고 싶을 정도로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새로운 도전이기는 했지만, 선택 자체가 힘들었거든요. KGC인삼공사를 떠나는 것도 힘들었고요. 그래서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문성곤 선수의 선택은 ‘수원 KT’였습니다. 이유가 있으셨나요?
송영진 감독님께서 “같이 만들어가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게 와닿았어요.
“같이 만들어가자”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요?
KT는 시작을 해야 하는 팀이었습니다. 어린 팀이었고요. 또, 송영진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부임하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만들어가자”고 하셨을 때, 저는 ‘기반을 같이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와닿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비시즌 중 부상을 입었습니다.
발목도 다쳤지만, 햄스트링 부상이 더 컸습니다. 햄스트링을 다쳐서, 길게 쉬었거든요. 데뷔 이후 그렇게 오래 쉰 적이 없어서, 더 조급했습니다. 또, FA 직후 첫 시즌이라, 몸을 무리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2022~2023 FINAL을 7차전까지 치렀고, 대표팀 일정도 소화했습니다. 피로와 과부하가 한꺼번에 왔던 것 같아요. 결국 조급했기 때문에, 제가 몸 관리를 못했던 것 같아요.
부상의 여파 때문이었을까요? 2023~2024 정규리그에서는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문성곤은 2023~2024 정규리그 44경기에서 평균 23분 6초를 소화했다. 경기당 5.3점 3.1리바운드 2.1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될 줄 알았던 거죠. 그렇지만 제 퍼포먼스가 점점 나오지 않았고, 제 출전 시간도 들쑥날쑥했습니다. 그래서 조급함이 더 커졌고, 생각도 더 많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왜 내가 안 되지?’라고 고민했습니다. 와이프랑 밤을 새서 이야기할 정도로요.
고민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제 수비’가 원인이었어요. 수비로 인정을 받고 수비로 상을 받았기 때문에, ‘송영진 감독님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계속 교체됐습니다.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졌고요.
하지만 그런 고민들이 6라운드에 해결됐습니다. 해결하고 나니, 조금씩 나아졌어요. ‘내가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라는 후회도 들더라고요.

“한 발만 더 가면 됐는데...”
문성곤이 정규리그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성곤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 등 큰 경기를 많이 경험했다. 게다가 3개의 우승 반지를 획득했다. ‘우승 DNA’를 원하는 KT에 희망을 줘야 했다.
문성곤의 경기력은 플레이오프부터 달라졌다. 우선 6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25분 27초를 소화했다. 기록(3.5점 3.0리바운드 1.8스틸)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수비와 궂은일로 팀의 에너지를 높였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의 영향력은 더 컸다. 4강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5차전까지 평균 1.8개의 3점슛을 림으로 꽂았고, 약 39.1%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루즈 볼 다툼과 수비, 리바운드 싸움 등 궂은일은 당연했다. 문성곤이 사기를 끌어올렸기에, KT는 2006~2007시즌 이후 17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할 수 있었다.
문성곤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평균 27분 19초를 뛰었다. KT와 KCC를 대등하게 했다. 그러나 KT는 1승 4패로 KCC에 왕좌를 내줬다. 문성곤은 4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플레이오프에 돌입했습니다. 정규리그 때와는 마음을 다르게 먹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6라운드에야 저의 잘못을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직전에는 이기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플레이오프는 이겨야 하는 시리즈니까요.
그런 마음이 6강 플레이오프 때부터 드러났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굉장히 터프한 시리즈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시리즈였고요. 어느 한 팀이 일방적이지 않았고, 양 팀 모두 난타전을 했거든요. 또, 승패가 사소한 차이로 결정됐습니다. 무엇보다 양 팀 다 모든 걸 걸었어요. 속으로 ‘이게 플레이오프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성곤 선수의 영향력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컸던 것 같아요. KT도 극적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나섰고요.
사실 4강 플레이오프가 가장 부담스러웠습니다. KT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양)홍석이가 LG로 갔고, 제가 홍석이 자리에 들어온 거니까요. 외국 선수의 상성도 달랐고, 저희 팀이 정규리그에서 LG에 밀렸습니다.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저 역시 팀 컬러에 어느 정도 녹아들었고요. 그런 게 팀 경기력과 제 퍼포먼스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다만...
다만...?
제가 잘못된 생각을 3라운드에라도 깨우쳤다면, 저희 팀 정규리그 성적이 더 좋았을 거예요. 그랬다면, 저희 선수들이 조금 더 유리한 여건 속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렀을 겁니다. 그런 점이 계속 아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를 만지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한 발만 더 가면 됐는데... 그 한 발을 못 디뎠어요. 그 한 발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챔피언 결정전 패배가 가장 아쉬워요.

문성곤의 가치
문성곤은 플레이오프부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KT를 기대보다 높은 곳으로 올렸다. 그래서였을까? KT는 문성곤을 화끈하게 대우했다. 문성곤에게 ‘2024~2025 보수 총액 7억 5천만 원’을 안겼다. 그 결과, 문성곤은 ‘2024~2025 보수 총액 1위’로 올라섰다. 2024~2025시즌에 등록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다.
개인적인 변화도 있다. 주장 완장을 내려놓은 것. 그렇다고 해서, 문성곤의 역할이 달라진 건 아니다. 베테랑으로서 팀원들을 잘 이끌어야 하고, 수비 컨트롤 타워로서 팀을 단단하게 해야 한다. 본인 또한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데뷔 처음으로 ‘연봉 킹’에 올랐습니다. 문성곤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수비만 하는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FA 신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제 가치를 인정해줬습니다. 그래서 KT에 더 감사해요.
다만, 이번 보수가 다음 시즌만의 보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해왔던 것들, 나아가 제가 해야 할 것들을 위한 보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길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팀을 위한 헌신이 눈에 드러나지 않아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요.
‘개인 퍼포먼스’도 중요하게 생각하겠지만, ‘팀 우승’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 같습니다.
우선 지난 시즌 후반에 했던 걸 토대로, 차기 시즌에는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요. 긍정적인 요소들도 많아졌어요. 특히, (허)훈이와 (하)윤기, 제가 비시즌 처음부터 같이 훈련해요. 그렇기 때문에, 주축 자원 간의 합이 더 잘 맞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챔피언 결정전을 겪어봤기에, 자신감이 더 커졌을 거예요. 하지만 팀원 모두 ‘팀이 잘 되면,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었으면 좋겠어요.
KT가 정상에 오르려면, 문성곤 선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2021~2022시즌 챔피언 결정전의 퍼포먼스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때의 퍼포먼스가 완성된 3&D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때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팀 성적 역시 더 나아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난 시즌 고액 연봉자로서 KT에 합류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께서 실망하셨을 거예요. 모두가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몸을 더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남은 비시즌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더 높은 위치로 가고 싶습니다. 그 곳에서 다 같이 환호했으면 좋겠어요.

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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