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한테도 안 밀려"...현대차 위상에 외신도 '깜짝' 놀랐다
벤츠, 도요타, 혼다에 이어 넷째
[비즈니스 포커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21일(현지 시간) 현대차·기아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차·기아를 묶어서 평가한다.
S&P는 이번 신용등급 상향 배경에 대해 “이번 등급 조정은 두 회사의 시장 지위 강화와 수익성 개선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S&P는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수요 변동성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에 S&P까지 신용등급을 상향함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올 A’를 받은 완성차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세계 완성차 업체 중 모두 A등급을 받은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대열에 현대차·기아가 합류한 것이다. 앞서 올해 2월 미국 무디스와 영국 피치도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A등급 단계로 올린 바 있다. 재무 건전성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주요 외신들도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상향을 두고 "한국 자동차 브랜드에 의미 있는 이정표"라는 평가를 내렸다.
매 분기마다 ‘최대 실적’
그만큼 3대 신용평가사의 글로벌 파워는 막강하다. 이들이 기업에 어떤 신용등급을 매기느냐에 따라 수십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수도, 또는 빠질 수도 있다.
이들이 책정한 신용등급에서 모두 A를 받았다는 것은 현대차·기아가 향후 사업 전망, 재무 건전성 등 질적 측면에서 정상급의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받았다는 증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를 받은 완성차 기업은 현대차·기아 외에도 독일의 벤츠,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등 3곳뿐이다.
독일 폭스바겐만 하더라도 연간 생산 대수는 현대차·기아보다 많지만 S&P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다. 현대차·기아(A-)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와 같은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들도 신용평가사 3곳 모두에서 B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가파르게 올라서고 있다. 지난 2월 무디스와 피치에서 A등급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S&P에서도 신용등급이 A-(안정적)로 올랐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단연 ‘실적’을 꼽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롭게 쓰고 있다.
올해도 이런 흐음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 139조4599억원, 영업이익 14조9059억원을 각각 거두며 최대 실적 수치를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도 10.7%로 세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2분기엔 판매량이 줄었는데도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 가격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등 고급차 위주로 차량 구성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각종 재무 건전성 지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0%를 넘었다. 대표적인 회계지표인 EBITDA는 이자 비용(Interest)과 세금(Tax), 감가상각(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을 일컫는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 즉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현대차의 경우 최근 인도에서 최대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점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하이브리드부터 전기차까지…뛰어난 기술력
유연한 생산 능력도 현대차·기아가 가진 강점 중 하나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모두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전기차만 만들 수 있는 테슬라, 하이브리드차에 주력하는 도요타와 달리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상황은 지는 ‘전기차’와 뜨는 ‘하이브리드’로 요약할 수 있다. 연이은 화재 등으로 전기차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에 연비까지 갖춘 모델로 재부각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 맞춰 현대차·기아 역시 최근 들어 하이브리드 차량을 활발하게 선보이며 전기차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
현재는 캐즘을 겪고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전기차 시대가 온다는 것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찾기 힘든데, 현대차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능력도 갖췄다.
미국 자동차 관련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포함)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테슬라(50.8%)에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빅3’로 불리는 포드(7.4%)와 GM(6.3%)보다도 순위가 높다.
이번 신용등급 상승으로 현대차·기아는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도 누릴 전망이다. 신용등급 상승은 기업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에도 호재다. 신용등급 상승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돼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주가 역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나 기아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 역시 더 많은 수익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더 유리해졌다.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자연히 현대차·기아의 조달 금리가 낮아져 이자 비용도 줄어들게 됐다. 이자 비용 감소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신사업 투자나 배당 여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한 단계 올라선 회사 위상에 걸맞게 앞으로 국내외 투자자와의 투명한 소통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앞으로의 주요 경영전략 및 재무 건전성 목표 등을 설명했다.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중장기 전략인 이른바 ‘현대 웨이’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120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 대를 목표로 잡았는데 이 가운데 전기차는 2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이브리드는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두 배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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