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콘솔시장 정조준…K게임 '카잔' '인조이' '붉은사막'
中 양산형 게임에 힘 빠진 韓게임…콘솔·PC서 성장 모색
게임스컴서 '카잔' '인조이' '붉은사막' 글로벌 기대작 입증
정부도 예산 지원 사격…콘솔 플랫폼 입점까지 지원 방침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국내 게임업계가 연간 7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콘솔·PC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한동안 황금알을 낳던 모바일 게임의 성공 방정식이 서서히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과 중국의 양산형 게임들로 포화상태다. 특히 게이머 간 과금 경쟁을 부추기는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의 과도한 '페이투윈'(Pay To win) 요소와 자동 플레이 방식은 기존의 충성도 높았던 게이머들까지 외면하게 만들었다.
이는 넥슨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게임사 '3N'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실적 하락을 야기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 줄었고, 넷마블은 같은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넥슨과 크래프톤을 제외한 국내 대다수 게임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들이 눈을 돌린 곳이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이다.
1일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1887억 달러(약 252조원)에 달한다. 이중 콘솔 게임은 519억 달러(약 70조원)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바일 게임에 못 미치지만 성장률 만큼은 더 뛰어나다.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콘솔 게임이 8%로, 모바일 게임(5%)을 앞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수백명의 개발인력을 동원해 단기간에 '원신'과 같은 뛰어난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가 경쟁력을 발휘하기엔 쉽지 않다"며 "반면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K-게임의 미개척지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카잔' '인조이' '붉은사막' 글로벌 콘솔 기대작 입증
이런 흐름을 간파한 넥슨,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네오위즈, 시프트업 등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PC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성과도 확인됐다. 2022년엔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을 차지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최근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가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특히 넥슨과 크래프톤은 모바일 MMORPG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해온 여타 게임사들과 달리, '배틀로얄' '어드벤처' '액션 RPG' '루트슈터' 등 다양한 장르의 개발과 글로벌 시장 및 플랫폼 확장을 시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갔다.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4'에서도 넥슨과 크래프톤,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하이브IM 등 국내 게임사들의 활발한 행보가 펼쳐졌다. 게임스컴은 특히 콘솔·PC 신작을 기다리는 글로벌 게임업계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전초지로 유명하다. 글로벌 대작들이 출시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경쟁했다.
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함께 '아크 레이더스' '데이브 더 다이버' 등 글로벌 기대작 3종의 신규 정보를 공개했다. 특히 자회사 네오플의 대표 IP(지식재산권)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액션 RPG '카잔'의 첫 게임 시연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카잔은 PC(스팀)와 콘솔(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월 11일부터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TCBT)를 진행하며 완성도를 높일 방침이다.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기존의 소울라이크 장르와 차별화한 하드코어 액션 RPG이며, 원작 '던전앤파이터' 고유의 액션성을 최대한 반영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콘솔·PC 플랫폼에서 출시할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를 게임스컴에 출품했다. 관람객들은 '인조이'를 시연하기 위해 최대 300분 이상 기다릴 정도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공개한 '인조이: 캐릭터 스튜디오’에서는 이틀 만에 10만개가 넘는 이용자 창작물이 만들어졌다. 인조이는 이용자들이 자신이 꿈꾸는 외모와 집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도구를 제공한다.
인조이 개발을 총괄하는 김형준 PD는 "소망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영감을 받아 인조이를 개발하게 됐다"며 "인조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자신이 소망하는 삶을 실현하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사건과 감정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탐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개했다.
펄어비스는 게임스컴에서 최초로 '붉은사막'의 시연버전을 공개했다. 6년 여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공개된 '붉은사막'은 파이웰 대륙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용병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글로벌 게이머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펄어비스의 차세대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개발 중이며, 이르면 내년 콘솔·PC 플랫폼에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콘솔 시장에 K-게임 수장들 주목…정부도 예산 지원
게임스컴 현장에서 만난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어려운 국내 게임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여러 업체들의 콘솔·PC 플랫폼 확장 시도는 고무적일 뿐더러, 좋은 성과까지 내고 있어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며 "카카오게임즈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콘솔·PC온라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좋은 게임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 역시 "글로벌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게임스컴을 찾았다"며 "문로버 게임즈에 투자한 것과 같이 유럽에도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엔씨는 글로벌 퍼블리셔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TL(쓰론 앤 리버티)'의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우리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선다. 내년부터 155억원의 예산을 콘솔 게임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약 87억원이 증액됐다. 국내 콘솔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 세계적인 콘솔 플랫폼사와 협력해 국내 유망 게임을 발굴하고 맞춤형 제작, 플랫폼 입점·홍보까지 연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지난 4월 30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사전브리핑을 통해 "우리 게임산업이 잘하고 있는 분야를 넘어 콘솔 게임 등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게임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인정을 받길 바란다"면서 해외에 비해 제작 비중이 저조한 콘솔 게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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