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분서 가꾼 식물예술, 고풍미 물씬…BTS도 사랑한 ‘분재’

정성환 기자 2024. 9.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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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느림의 미학 오롯이…
식집사 늘면서 젊은층 새 취미로 각광
도심 곳곳에 공방형태 판매점 늘어나
분재숍·일일강습 활용해 배울 수 있어
생명력 강한 ‘소사나무’ 초심자용 추천
잔가지 많아 손질 재미…애호가 선호

분재는 작은 화분에 나무나 다년생 꽃 등을 심고 가꾸는 예술이다. 어르신들의 고상한 취미처럼 보이지만 최근 분재를 찾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늘면서 젊은층이 분재를 새로운 취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젊은이들이 분재를 즐기는 전국의 분재 명소를 찾아봤다.

“여러분 앞에 여름을 주제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식 분재를 준비했습니다. 모두 몇살이나 됐을까요? 이 친구는 25년, 저 친구는 30년, 40년 해서 거의 100년에 가깝습니다. 화분 속에 한 세기라는 시간이 응축된 자연의 생명력을 느껴보세요.”

8월 중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분재 가게이자 전통주 바 ‘우너프’의 최운용 대표 말이다. 이곳에서는 분재를 보면서 전통주를 곁들이는 작은 모임이 열렸다. 현장엔 분재 전문가인 최 대표와 정택현 전통주 바텐더, 시민 참가자 6명이 함께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분재숍 ‘우너프’에서 분재를 감상하며 전통주를 즐기는 참석자들의 모습.

우너프에 들어서자 기다란 바 위에 올려진 분재 3그루가 눈에 확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왠지 모르는 편안함을 주는 이 분재들은 현대적인 한국 분재를 지향하고 있단다. 향나무 ‘석화훼’ 등 분재는 일반 화분 대신 한국 옹기를 사용하고 가지의 곡선과 여백을 고려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분재가 유려한 곡선을 뽐내자 참가자들은 눈을 반짝였다. 실내는 분재가 자라기 좋도록 50% 정도의 습도가 유지된다. 분재를 감상하는 중간중간에는 각종 전통주와 우리농산물로 만든 안주가 나왔다.

참가자 중 한명인 김정연씨(가명·30대·서울)는 “분재나 미식을 잘 몰라서 이번 기회에 배워보고 싶어 방문했다”며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곳은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재를 연출한다. 이종수 기자

최근 분재가 세련된 취미로 주목받는 것은 객관적 자료로도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분재’ 키워드는 올해 7월 기준 월 검색량 8500건을 기록했다. 젊은층은 깔끔하게 꾸민 작은 분재 가게나 원데이클래스(일일강습)를 활용해 분재를 배우곤 한다.

덕분에 분재를 접할 수 있는 ‘분재숍’이나 ‘식물 스튜디오’ 같은 공방 형태의 분재 판매점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메종 에세테라’, 서울 성북구의 식물 스튜디오 ‘초아진’, 울산 남구 ‘서기’ 등의 분재숍이 있다. 이곳들은 도심 가까이에 위치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고 초보자도 분재를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분재 사랑을 인증한 유명인도 많다. 유명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알엠(RM)은 취미로 분재를 키우고, 여성 2인조 가수 다비치의 강민경도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작은 분재를 선물하는 영상을 통해 분재 사랑을 인증했다. 이때 선물한 ‘땅딸보’라고도 부르는 연산회 분재의 이름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손바닥보다 작은 것에서 유래했다. 이 분재는 ‘강민경 분재’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럼 초보자는 어떤 분재를 고르면 좋을까.

최 대표는 곧장 소사나무 분재를 추천했다. 낙엽이 지는 활엽수의 한 종류인 소사나무는 추위를 잘 견디고 척박하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죽지 않는 특징이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기르기에도 적합하다. 잔가지가 많고 가지가 새롭게 계속 나오기 때문에 손질하는 재미가 있어 분재 애호가들도 자주 찾는다.

최 대표는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을 쉽게 볼 수 있는 건 분재만의 강점”이라며 “소사나무는 병충해를 잘 이겨내고 생명력도 강해 초심자에게 종종 권한다”고 말했다.

분재는 화분에 심어 관리하는 만큼 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은 가능한 한 매일 줘야 한다. 뿌리부터 물을 줘야 하며 이끼엔 분무기로 적셔 주는 게 좋다. 꽃이 핀 분재는 꽃잎에 물이 닿으면 금방 시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열매를 맺는 분재는 꽃망울이 맺혔다 터진 지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은 꽃에 물이 닿으면 수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뿌리에 직접 물을 줘야 한다. 최 대표는 분재가 지루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취미임을 강조했다.

“분재에 쉽게 다가가고 싶다면 주변 분재숍이나 원데이클래스 등을 찾아서 직접 배워보세요. 독서나 운동처럼 하루하루 물을 주고 가지를 손질하며 분재를 배운다면 어렵지 않게 낭만적인 멋진 취미 덕분에 일상생활이 한층 윤택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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