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진 동·서해 ‘오징어 전쟁’···종지부 찍을까[경제뭔데]
근해채낚기·근해자망 어업 단체, ‘ITQ’ 참여
“이번 기회에 ‘오징어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합니다.”
급감하는 오징어 자원을 두고 조업 갈등을 벌이고 있는 동해와 서해 어업 단체들이 손을 맞잡았다.
3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날 강도형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오징어 근해채낚기 어업인 단체인 전국오징어채낚기 선주실무자 연합회와 근해자망 어업인 단체인 전남근해유망협회 등 관계자들이 양도성개별할당제(ITQ) 시범사업 시행을 골자로 하는 상생 협력을 맺었다.
ITQ는 어업인들이 자신의 총허용어획량(TAC) 할당량을 서로 주고받는 제도로, 다른 어업 종류 간 할당량 판매는 이번 시범사업이 처음이다.
서해 근해자망 어선들, 금어기에 동해 원정 조업
ITQ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오징어 조업을 둘러싼 어민들 간 갈등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참조기와 갈치를 잡던 근해자망 어선들이 금어기에 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동해로 원정 조업을 오기 시작했다.
동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오징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중성 어종으로, 근해채낚기 업종의 주 어종이다. 오징어 습성을 이용한 근해채낚기는 집어등(燈)으로 어군을 선박 아래에 모은 뒤 낚싯바늘이 여러 개 연결된 채낚기를 물밑으로 투하해 오징어 등을 잡는 어업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어획 강도는 낮다.
동해 근해채낚기 어선들, 자원 감소에 서해로
반면 근해자망 어업은 그물 길이가 길고 바다 깊숙한 곳까지 내릴 수 있는데다, 어군탐지기까지 쓰기 때문에 어획 강도가 높다.
실제 근해채낚기의 오징어 생산량이 급감할 때 근해자망 생산량은 급증했다. 근해채낚기 어선 생산량은 2016년 2만6788t에서 2020년 1만8195t, 지난해 4959t으로 8년 만에 81.5% 감소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근해자망 어선 생산량은 261t에서 4025t, 4920t으로 1784.3% 증가했다.
서해 근해자망 어선들이 동해로 원정 조업을 와서 오징어를 싹쓸이 해가자 동해 오징어잡이 어민들이 반발했다. 일부 어민들은 서해 어선들의 동해안 조업 중단과 입항을 막는 시위를 벌였고, 일부 단체들은 서로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중재에 나선 정부는 2021년 1월 근해자망 어선들을 오징어 TAC 대상 업종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12월 ‘동경 128도 30분 이동(以東)’ 규정을 적용해 근해자망 어선의 오징어 조업을 제한했다. 근해자망 어선들을 대상으로 총량을 규제하고, ‘동경 128도 30분’의 지리적 위치에 해당하는 경남 남해와 사천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넘어와서 조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에 근해자망 어업 어선들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정부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TAC 참여는 정부 조정안대로 규제를 받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동경 128도 30분 이동’에 대해서는 아직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동해안 오징어 자원이 급감하고, 상대적으로 서해에 오징어 어장이 발달하자 이번엔 동해의 근해채낚기 어선들이 서해로 원정 조업을 하며 갈등이 지속됐다.
오징어 자원을 낭비하는 부작용도 컸다. 어획 강도가 낮은 근해채낚기 어선은 오징어 자원 감소로 배정받은 할당량만큼 잡지 못했다. 반대로 오징어가 주 어종이 아닌 근해자망 어선은 배정된 할당량은 적지만 어획 강도가 높아 어획량을 쉽게 초과했고, 그 결과 오징어를 해상에 투기하거나 헐값에 불법 유통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어획강도가 낮은 근해채낚기는 쿼터만큼 못잡고, 쿼터보다 더 잡을 수 있는 근해자망은 쿼터 초과에 따른 처벌을 우려해 오징어를 해상에 투기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허용어획량 할당량 매매 ‘상생협력’
이번 ITQ 시범사업 시행으로 오징어 할당량이 남은 근해채낚기 어업인은 무리하게 어업에 나서지 않으면서, 남은 할당량을 근해자망 어업인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해수부는 이번 시범사업 참여를 희망한 어선에 한해 근해채낚기 어업인의 오징어 할당량 중 400t을 근해자망 어업인에게 배정할 예정이다. 다만 ITQ 참여 근해자망 어선은 위치발신장치 상시 작동, 전자어획보고시스템을 통한 어획·양륙보고 등 어획증명제를 이행해야 하며, 부수 어획물에 대해서는 해상투기가 금지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자원 이용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어가소득도 보전하기 위해 두 업종 간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라며 “쿼터를 채우지 못하는 채낚기 어선은 보유 쿼터를 판매해 수익을 보장받고, 자망 어선은 채낚기의 쿼터를 배정받을 수 있어 서로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market-trend/article/202404281421001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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