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동메달 태권도 주정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LA까지 하겠다”
파리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린 장애인 태권도 간판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이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냈다.
주정훈은 1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스포츠등급 K44 동메달 결정전에서 눌란 돔바예프(카자흐스탄)를 7-1로 꺾었다. 2021년도쿄 패럴림픽에서 한국 장애인 태권도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한 주정훈은 2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
주정훈은 만 2세 때 경남 함안군 할머니 집에서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접한 뒤 주변 권유로 엘리트 태권도 선수의 길을 걸었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한 주정훈은 고교 2학년 때 운동을 포기했다가 태권도가 도쿄 패럴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2017년 다시 태권도를 시작했다.
주정훈은 동메달을 따낸 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관중에게 인사하고는 절뚝이며 코트에서 내려왔다. 제대로 걷지 못해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았고 메달 세리머니에선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주정훈은 “(8강전에서) 왼쪽 골반을 맞았는데 통증이 컸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무조건 참고 경기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성치 않은 몸 상태로 준결승에 나서 결국 멕시코 선수에게 7-0으로 앞서다가 연장전 끝에 패했다. 주정훈은 “사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2028 로스앤젤레스 대회까지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에 관한 질문에 “약속한 대로 메달과 고기반찬을 들고 묘소를 찾아가 인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할머니 김분선씨는 손자가 소여물 절단기에 다쳐 장애인이 된 데 대해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2021년 별세했다. 주정훈은 2021년에 열린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낸 뒤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을 찾았지만 할머니는 손자를 알아보지 못했고 몇 개월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파리공동취재단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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