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쌤과 함께’ 차가운 북극, 뜨거운 패권 경쟁···녹아내리는 ‘북극’, 수에즈운하 넘어서는 ‘북극 항로’될까?

손봉석 기자 2024. 9. 1. 0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1일 오후 7시 10분 방송이 될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김봉철 교수를 초대해 북극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셈법을 들여다보고, 북극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축소되고 ‘북극항로’가 서서히 열리면서, 러시아와 미국 등 수많은 국가가 극 지역의 영유권, 자원 개발, 항로 개척 등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김봉철 교수는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북극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많은 이들이 북극의 범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북위 66° 이북을 북극권으로 규정한다고 설명하면서 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8개국이 북극권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 8개국은 북극이사회의 회원국인데, 북극이사회는 8개의 회원국과 이누이트족, 사미족 등 북극 원주민 6개 단체, 옵서버 자격의 비북극권 13개국과 9개의 국제기구, 11개 비정부기구 등으로 이뤄진 정부간 협의 기구이다.

KBS



이 중 한국은 2008년 옵서버로 활동을 시작해,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남극 조약에서 특정 국가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남극과는 달리, 북극은 각국이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기에 영유권이나 자원 개발 이용과 관련한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될 수 있다고 하며 연사는 강의를 이어 나갔다. 실제로 미소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북극에는 수많은 무기가 배치됐고, 소련의 노바야제믈랴섬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무기인 ’차르 봄바‘ 핵실험이 행해지기도 했다고 하며 패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매년 북극 빙하의 양이 현저히 줄면서 북극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역설적이게도 빙하가 감소하면서 북극해를 지나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었다”고 하며 강연을 이어 나갔다. 한국은 현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이용 중인데, 러시아 해역에 속한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 거리가 약 30% 이상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북극의 바다가 완전히 얼어붙는 겨울에는 항해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빙하가 급속하게 녹으면서 항해 기간이 늘어 2030년대에는 연중 상시 운항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게 된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인류가 오랜 기간 북극 개척을 시도해 왔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인접국들이 북극 개척에 집착했던 이유는 해상 교역상의 이점과 함께, 북극에 어마어마한 지하자원과 생물자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지질자원 조사국에 따르면 북극 해저에 매장된 석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북극 개발에 있어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쇄빙선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일찍 국내 기술로 만든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12월 첫 항해에 나선 국내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는 연간 300일 이상 운항하는 빠듯한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KBS



이 때문에 중대형급 쇄빙연구선의 추가 건조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현재 추가 건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는 북극 자원 개발에 사활을 걸며 쇄빙선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중 무려 41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추가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직접 러시아 최초 ‘핵 추진’ 쇄빙선으로, 지난 1989년 퇴역한 레닌호에 다녀왔던 에피소드를 직접 찍은 내부 사진을 보여주며 들려주어 패널들의 흥미를 자아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북극이 강대국들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지역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2022년 북극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진행하였으며, 미국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에 러시아와 중국의 폭격기가 함께 등장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UN의 경제 제재 조치가 시작되면서, 북극 항로와 자원의 개발을 이에 대한 돌파구로 삼으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러시아가 사실상 내륙 국가에 가깝고, 지정학적으로 미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부동항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또한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동조하며 북극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시진핑 주석 러시아 방문 당시 북극항로를 위한 중-러 공동 실무기구 창설을 발표했으며, 일대일로 정책에 북극항로를 주요 항로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2022년 기존 북극권정책위원회 조정관직을 ‘북극권 특사’로 격상 임명해 러시아 견제에 나섰고 북극 10개년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과의 갈등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북극 개발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맞게 된 북극권 인접 국가들에는 좋은 소식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파괴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환경 또한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친환경·친인간·지속가능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청색 경제(Blue Economy) 모델을 한국이 선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선·내빙선(耐氷船), 해상 플랜트 건조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북극 경제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극이사회 회원국인 9개국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비북극권 국가이면서,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국가이기에 어떤 국가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 교수는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내의 북극에 대한 관심이 국제사회의 방향과 조화될 수 있도록 국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의 ‘차가운 북극, 뜨거운 패권 경쟁’은 9월 1일 저녁 7시 10분 KBS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 후에는 KBS 페이지와 wavve, 유튜브 KBS교양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