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좌 정당 “마크롱 대통령이 월권… 탄핵해야”
“권위주의 대통령에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
헌법상 절차 까다로워 실현 가능성은 낮아
프랑스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섰다. 지난 7월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승리했음에도 NFP가 추천한 새 총리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 이유다. LFI는 NFP를 구성하는 여러 분파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세력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실시된 프랑스 총선에서 NFP는 가장 많은 의석을 얻어 원내 1당으로 부상했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집권당은 2위로 내려앉았으며,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전보다 의석수를 크게 늘리며 3위로 부상했다. 다만 어느 세력도 하원 전체 577석의 과반(289석 이상)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올해 1월 마크롱이 임명한 가브리엘 아탈(35) 현 총리는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배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마크롱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에만 총리직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1일 올림픽이 끝났지만 마크롱이 새 총리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현재 프랑스는 곧 물러날 ‘시한부’ 총리인 아탈이 정부를 이끄는 어정쩡한 상태다.
NFP는 “우리가 총선에서 이긴 원내 1당인 만큼 총리를 배출하고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파리시 재정국장으로 일하는 공무원 루시 카스테트(37)를 총리 후보자로 선정해 마크롱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아직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NFP가 원내 1당인 것은 맞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원내 중도 및 우파 세력이 연합해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는 경우 정권이 무너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추천한 총리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채 다른 정당들과 정치적 거래를 이어가는 것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 밖의 일로 위헌이며, 따라서 탄핵 사유가 된다”는 NFP 측의 주장에 대해 프랑스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1958년 제정된 지금의 제5공화국 헌법은 의회에 반드시 과반 다수 정당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 탄핵은 하원과 상원 모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등 절차가 대단히 까다롭다. 따라서 NFP가 마크롱 탄핵소추를 시도한다고 해도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후 대통령 탄핵 사례는 아직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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