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크지만 무한하지 않아…모든 인류가 책임 깨달아야"

이세원 2024. 9. 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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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자·기후 전문가 카파토스 석좌교수 인터뷰
"남 탓해봐야 도움 안 돼…명상, 마음 가라앉히게 해 준다"
인터뷰하는 미나스 카파토스 석좌교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미나스 카파토스(79) 미국 채프먼대 전산물리학과 석좌교수가 8월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1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지구는 큰 행성이지만 무한하지 않습니다. 바다에 버린 쓰레기가 어디론가 흘러가지만 어쩌면 여기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양자물리학자이자 기후변화 전문가이며 인간 의식에 관해서도 연구 중인 미나스 카파토스(79) 미국 채프먼대 전산물리학과 석좌교수는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우리 모두가 직면한 이슈"라며 "모든 인류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과의 학술 협력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카파토스 석좌교수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환경 문제에 관한 개개인의 각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어른이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아이처럼 유치하게 행동한다. 혹은 정부나 종교 기관에 '이 문제를 해결해주세요'라고 한다"며 환경 문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카파토스 석좌교수는 인류가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학자들은 기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니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점점 더 알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수거된 해양 쓰레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국내에 번역 출간된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당신이 우주다'(원제: You Are The Universe)에서 '모두가 참여하는 우주', '의식이 있는 우주'라는 개념을 소개하기도 한 그는 인류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버드대 의학박사이며 대체의학 전문가인 디팩 초프라와 함께 집필한 이 책에서 카파토스는 우주가 관찰자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부인하고 인간이 의식이 있는 우주 속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책에 관해 "저자로서, 과학자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봐, 우리는 모두 하나다. 우리가 서로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 세계 각국의 정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를 거치면서 분열이 심각해졌고 세계 각국에서 극단적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하는 미나스 카파토스 석좌교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미나스 카파토스(79) 미국 채프먼대 전산물리학과 석좌교수가 8월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1

카파토스 석좌교수는 "지난 4년 반 동안 분열은 전보다 더욱 심각해졌고 개인적으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 것 같다"며 "인류는 여러 세기 만에 처음으로 우리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고 우리는 실제로 그럴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명상에도 심취해 있다. 1971년쯤에 지도자를 만나 명상을 시작했고 1980년 무렵에는 또 다른 스승을 만나 더욱 몰입했다고 한다. 장차 고향인 그리스 크레타섬에 명상 공간의 일종인 영성센터를 만든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그는 명상이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고 자신의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명상을 규정했다. 또 경쟁에 지친 한국인의 마음에도 위안을 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책 표지 이미지 [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특히 명상이 문제를 직시하게 해주며 남 탓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기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탓하면 도움이 되나요? 문제가 다른 곳으로 사라지지 않지요."

여러 가지 명상법이 있지만 매우 쉽고 좋아하는 방법은 "자신의 호흡을 듣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호흡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그는 "숨을 쉬면서 살거나 혹은 숨을 쉬지 않으면서 죽거나 둘 중의 하나, 즉 0이 아니면 1과 같다"며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세상에는 매우 많은 종류의 명상이 있고 나는 과학자이기 때문에 내가 특정한 명상으로 돈벌이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카파토스 석좌교수·양근향 교수 부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미나스 카파토스(79·오른쪽) 미국 채프먼대 전산물리학과 석좌교수가 8월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부인 양근향(수전 양) 채프먼대 교수가 동석한 가운데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1

같은 대학에 재직 중인 한국인 양근향(수전 양) 교수의 남편이기도 한 카파토스 석좌교수는 한국의 역사나 기술 발전에도 큰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위대한 지도자"라며 "단순한 왕이 아니라 사실상 철학자이며, 과학자"라고 칭송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매우 발전한 국가"라며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1945년생인 그는 1967년 미국 코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1984∼2008년 조지메이슨대 교수로 재직하며 지구관찰우주연구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그는 양자역학, 우주론, 환경, 기후 변화, 원격 감지, 농업 생태계, 자연의 위험, 과학과 영성, 인간의 의식 등에 관해 분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 광범위한 학제적 연구를 수행했다. 과학자이자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우수 초빙교수를 지내는 등 국내 학계와도 인연을 맺어왔다. 이번 방한 중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만나기로 하는 등 과학과 종교의 가교 구실도 하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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