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장기 내다파는 빈곤층…‘쿠데타로 경제 파탄’ 미얀마의 비극

오남석 기자 2024. 9. 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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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2월 군사 쿠데타 이후 3년여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경제가 파탄에 이른 미얀마에서 SNS로 신장(콩팥) 등 자신의 장기를 내다 파는 빈곤층이 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 사는 배달 기사 마웅 마웅(가명)의 비참한 사연을 소개했다.

마웅 마웅의 경우에도 부유한 중국계 미얀마인 사업가가 그의 신장을 1000만 짯(약 412만원)에 사겠다고 나섰고, 그는 이식 대상자의 '가짜 사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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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3년여만에 국민 절반 빈곤선 전락
SNS로 수요자 물색한 뒤 인도로 옮겨 수술
“인도 병원서 같은 수술 자국 미얀마인 다수 봐”
지난 2023년 6월 25일 미얀마 동부 카야주 파수앙 마을 외곽에서 민주화 운동 진영 인사들과 주민들이 군 공습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021년 2월 군사 쿠데타 이후 3년여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경제가 파탄에 이른 미얀마에서 SNS로 신장(콩팥) 등 자신의 장기를 내다 파는 빈곤층이 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 사는 배달 기사 마웅 마웅(가명)의 비참한 사연을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마웅 마웅은 2022년 말 반군을 위해 물품을 배달한 혐의로 군사정권에 붙잡혀 몇 주 동안 고문당했다.

이 기간 동안 그의 아내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빌렸다. 마웅은 풀려났지만, 일자리를 잃고 빚더미에 앉게 됐다.

절박한 처지가 된 마웅 마웅은 결국 페이스북에 자신의 신장을 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돈을 위해 강도질을 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다른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면서 "아내도 나와 같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그저 딸 때문에 우리는 버텼다"고 말했다.

CNN은 미얀마에서 마웅 마웅처럼 생존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늘면서 장기를 팔겠다는 온라인 게시물이 점차 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장기를 팔겠다는 페이스북 그룹 최소 3개를 발견했으며, 장기 판매자와 구매자, 중개업자 등 장기 매매 관련자 20여 명을 접촉해 취재했다고 전했다.

미얀마에서 장기를 파는 사람들은 대개 중개업자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인도로 건너가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다.

인도 법에 따르면 장기기증은 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친척 사이에서만 가능하며, 그 외에는 불법이다.

이 때문에 업자들은 변호사와 공증인 도움을 받아 가족 관련 기록을 위조, 장기 판매자를 이식 대상자의 배우자나 사위 또는 며느리 등 친인척으로 위장한다.

마웅 마웅의 경우에도 부유한 중국계 미얀마인 사업가가 그의 신장을 1000만 짯(약 412만원)에 사겠다고 나섰고, 그는 이식 대상자의 ‘가짜 사위’가 됐다.

마웅 마웅의 신장 값은 미얀마 도시 가구 연 평균 수입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른다.

마웅 마웅은 지난해 8월 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신장 한 개를 떼어냈고, 자신과 같은 수술 자국이 있는 미얀마 사람을 병원 곳곳에서 발견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네팔 등 많은 저소득 국가에서 장기 매매는 최후의 수단이 되고 있지만, 장기를 판 이들은 심각하고 때로는 목숨마저 앗아가는 건강 문제를 겪곤 한다.

마웅 마웅은 "난 오래 살아봤자 15∼20년 더 살고 죽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때 내가 그것(장기 매매)을 하지 않았으면 내 삶은 혼돈에 빠졌을 것"이라면서 "내 아내와 애는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우리 가족 셋은 죽거나 미쳐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마웅 마웅이 겪은 것과 같은 비극은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가 발발하면서 시작됐다. 쿠데타 이후 3년 넘게 군사정권과 반군 간 내전이 이어지면서 미얀마 경제는 추락했다.

내전으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실업자는 급증한 반면 생필품 가격은 대다수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치솟았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국민 5400만 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는 2017년 이후 약 두 배로 불어난 규모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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