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복귀전과 아웃카운트 2개… 특별했던 681번째 등판, 삼성에 희망 보탤까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송은범(40·삼성)을 찾는 팀은 없었다. 스스로는 현역 연장을 원했지만 KBO리그 구단들의 시선은 냉정했다. 꺼진 불로 취급하는 양상이었다. 송은범의 구애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직 가슴 한켠에 살아있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바라본 삼성이 송은범에 손을 내밀었다. 기약 없는 테스트 조건이었다. 입단 테스트라는, 어쩌면 자존심 상하는 대우였다. 그러나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없었다. 관심을 보여준 팀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이었다. 아직 힘이 남아 있었고, 테스트에서 그 힘을 보여줬다. 그렇게 정식 계약을 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정식 경기 등판을 마친 송은범은 8월 29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위상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폭넓은 활용성을 바탕으로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쓰였던 송은범이다. 때로는 “너무 많이 나온다”고 우려를 모을 정도로 등판이 잦았다. 하지만 1군 등판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접전 상황에서 송은범 카드를 내기는 벤치도 위험 부담이 컸다.
그런 송은범은 8월 31일 대구 KIA전에서 감격의 1군 복귀전을 가졌다. 팀이 12-15로 뒤진 9회 1사 1루 상황에서 삼성 벤치는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던 송은범을 호출했다. 뒤지고 있는 경기였지만 3점차는 최근 KBO리그 트렌드에서 그렇게 크지 않은 점수차다. 여기서 막고 9회 마지막 공격으로 넘어가는 게 중요했고, 송은범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KIA 강타자 나성범과 승부였다. 초구는 볼이었고, 3B-1S에 몰렸다. 하지만 베테랑의 경험은 살아있었다. 5구째 파울을 유도하더니 풀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떨어뜨려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그 사이 2루로 뛰던 1루 주자 김호령도 2루에서 잡아내면서 이닝이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팀이 13-15로 져 승리나 홀드, 세이브와 같이 송은범에게 익숙한 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1군 복귀 자체로도 감격이었다.
송은범의 마지막 1군 등판은 LG 소속이었던 지난해 7월 8일이 마지막이었다. 수술을 받은 것도 아닌데 복귀까지 1년 2개월 여의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송은범의 1군 통산 681번째 등판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등판보다도 특별하고 감격적이었을지 모른다. 사실 기적적이라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방출 후 복귀한 상당수 선수들은 전지훈련 전 테스트를 받고 입단했지만, 송은범은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야 움직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이날 송은범은 투심패스트볼을 주로 던졌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투심의 구속은 시속 141.7~142.4㎞에 형성됐다. 150㎞의 강속구가 판을 치는 시대, 그리고 송은범 또한 한때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월 무상이다. 그러나 리그 평균 이상의 수평무브먼트가 동반된 투심은 향후 기대를 모을 만한 대목이 있었다. 움직임은 살아있었다. 긴장이 풀리고, 몸도 더 풀릴 앞으로는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다.
삼성은 필승조 라인은 어느 정도 형성이 되어 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이 라인에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할 베테랑 투수가 있기는 하나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할 때 등판할 베테랑들이 많지는 않다. 경험이 풍부한 송은범은 여기서 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올해가 KBO리그 22번째 시즌인 송은범은 잔여 기간 좋은 활약을 해 23번째 시즌으로 옮겨갈 수 있다. 같은 값이면 어린 선수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지만, KBO리그에는 전성기가 지나고 성적이 떨어졌으나 고점은 높은 베테랑 불펜 투수들을 적절하게 활용해 대박을 친 경우들이 적지 않다. 노경은(SSG), 김진성(LG), 김상수(롯데)와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송은범의 경력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가운데 삼성과 개인 모두에게 희망을 보태는 시즌 마지막 일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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