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류…"플랫폼 경쟁력 키워야 지속 가능"

김상희 기자, 백재원 기자 2024. 9.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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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정윤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정윤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사진제공=정윤혁 교수

"현재 한국 콘텐츠가 처한 상황은 'K웨이브(한류)'가 아니라 'K다이브(강하)'입니다."

국내 미디어 경영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정윤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디어경영학회장)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콘텐츠가 위기라고 말했다. BTS,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으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글로벌 문화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의 인식과는 다른 말이다. 정 교수가 한국 콘텐츠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한류를 이야기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는 사실 메인스트림(주류)이 아닙니다. 니치(틈새) 콘텐츠로서 인기를 얻은 것으로 미국 콘텐츠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문화 시장을 큰 영향을 미친 과거 일본의 J웨이브와도 비교가 안됩니다. (현재의 K콘텐츠 인기와 성과만 볼 게 아니라) 업계와 정부가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장금 등 예전에도 세계인이 즐겨보던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을 발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플랫폼은 한국 영상 콘텐츠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세계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익 배분 등에 있어 콘텐츠의 인기에 비해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 교수 역시 우수한 우리의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

"거대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여러 한국 콘텐츠들이 글로벌화했습니다. 또 제작비 미지급 등 후진적인 시스템을 정상화한 부분도 긍정적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일은 넷플릭스가 한국을 위해 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이 콘텐츠 하청 기지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수록 배우들의 출연료와 제작비가 올라갈 텐테, 이 경우 넷플릭스가 제작 기지를 동남아나 일본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수천만, 수억 명이 한국의 음악을 듣고 한국 아티스트의 춤을 따라 추지만 이처럼 팬덤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가 한국 음악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팬덤만 커져 버리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K웨이브의 핵심 중 하나가 팬덤입니다. 하지만 팬덤의 비중이 커질 수룩 네거티브(부정적) 한 측면이 나타납니다. 최근 걸그룹 멤버가 열애설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멤버의 음주 운전으로 그룹 팬들이 분열한 일 등이 그 예입니다. 또 팬 한 사람이 앨범을 몇십 개씩 사는 데 이는 한류 산업의 거품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팬덤에 대한 과한 의존 외에도 국내 엔터사들은 경영 등에 있어 후진적인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무제표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곳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리스크입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여전히 저력을 지니고 있는 게 K콘텐츠라고 말한다. 특히나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 그 자체보다 이러한 콘텐츠를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비즈니스 역량과 사업적 접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콘텐츠 경쟁력과 함께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 경쟁력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미디어 시장 투자는 콘텐츠 분야로 많이 합니다. 그러면 결국 넷플릭스 등의 거대 플랫폼을 통해 유통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플랫폼도 강화를 해서 여러 경로로 우리 콘텐츠가 전파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플랫폼 시장은 매우 독특합니다. 아시아, 유럽의 다른 국가들 대부분 다 구글 등 미국 플랫폼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우리는 검색, 모바일 메신저에서 자국의 플랫폼이 시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유튜브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 되는 등 조금씩 거대 글로벌 플랫폼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 다툼을 한반도가 아닌 바깥으로 끌고 나가야 합니다. 한국 시장을 놓고도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국내 시장은 좁아서 결국 우리 플랫폼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네이버 웹툰의 미국 시장 상장 외에는 그간 큰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지만 한류의 인기가 있는 지금 계속 나가서 실험이라도 해야 합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백재원 기자 100j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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