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게 밥 차려주면 82억?[오늘도 툰툰한 하루]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합니다. 그럼 귀신이 되었는데 못 먹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요. 웹툰 <저승식당>을 보면 먹고 죽었든 못 먹고 죽었든 귀신이 되어도 밥은 먹고 다녀야 하나 봅니다. 이번 주 ‘오늘도 툰툰한 하루’에서 소개할 만화는 귀신에게 밥 차려주는 웹툰입니다.
주인공 강진은 돈 벌기에 바쁜 대학생입니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 아침엔 공사장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죠. 어느 날 지친 강진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자신을 ‘서&백 대표 변호사’라고 소개한 남성은 다짜고짜 주소를 찍어주며 만나자고 합니다. 묘한 느낌에 나간 약속 장소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중년 남성이 있습니다. 그는 강진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합니다. 강진의 ‘고조부의 누나의 이대손’인 김복래 여사가 강진에게 강남 논현동에 있는 82억짜리 건물을 물려주었다고 말이죠.
강진이 ‘동명이인과 착각한 것 같다’고 하자, 남자는 강진의 과거를 줄줄 읊습니다. 당황한 강진에게 남자는 건물을 상속받기 위한 다소 이상한 조건을 알려줍니다. 이 건물 1층에 식당을 차려 5년간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당 운영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밤 11시~오전 1시’ 에는 반드시 영업해야 하며, ‘돈은 손님이 주는 대로 받고, 돈이 없어도 쫓아내면 안 된다’는 것이죠.
강진은 속는 셈 치고 식당 영업에 뛰어듭니다. 평소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강진이지만 신기하게 김 여사가 남긴 레시피북을 열자 마치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손이 저절로 움직여 완벽한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저승식당>은 요즘 보기 드문 ‘착한 만화’입니다. 주인공은 누군가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거나 깊은 고뇌에 빠져 있지도 않은 그냥 평범하고 선한 청년입니다. 식당 고객이 귀신이라는 걸 알고 처음엔 기겁하지만, 또 최선을 다해 밥상을 차립니다. 시간이 지나 귀신들과 좀 친해지고 나서는 귀신의 ‘한’을 풀어줘 승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애쓰죠. 어머니가 운영하던 유명 해장국 맛집을 물려받아 엉망진창으로 운영하던 아들에게는 귀신이 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가 만든 그 맛’의 해장국을 맛보여주고, 마음을 바로잡도록 돕습니다. 어머니의 한을 풀어준 거죠. 귀신의 도움을 받아 산 사람도 돕습니다. 의사 귀신의 지시대로 길거리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응급처치를 해 목숨을 살리죠. 귀신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지만 내용은 약간 옛날 드라마처럼 따뜻하지 않나요?
식당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습니다. 식당의 영업 시간이 새로운 하루로 넘어가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라는 점, 이승에서 쌓은 선행은 저승에서 쓸 ‘돈’으로 적립된다는 점 등 만화 전반에 뿌려진 소소한 장치들도 재미있습니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입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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