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앞에 무릎 꿇은 남자, 가슴에서 이것 꺼냈다”...사랑의 상징 된 이유 [Books]
중세부터 사랑 뜻하는 상징돼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감 제공
오늘날 심장속 감각뉴런 발견
감정 전달하는 기능도 있는듯
아즈텍인들이 세력을 떨치던 12~14세기에는 신에게 살아 있는 심장을 바치는 심장 공양이 흔히 이뤄졌다. 테욜리아가 신을 강하게 만들어 주고 이로 인해 인간이 은혜를 입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1년에 한 번 신성한 제물로 택한 젊은 남성을 산 채로 제단 위에 눕혀 심장을 꺼냈다.
중세 시대 ‘배 이야기’(1255년경)에 실린 시인 티보의 삽화에는 높은 신분의 여인 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 심장을 바치는 연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여인은 깜짝 놀란 얼굴이다. 심장을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은유로서 예술에 활용한 최초의 사례다.
수많은 예술 작품에서 심장은 순수함과 에로스적 사랑, 로맨스, 정열을 상징했다. 현대의 예술가들 역시 작품에 심장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앙리 마티스는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그린 ‘이카로스’(1947)에서 빨간색 타원으로 심장을 표현하곤 “정열적인 심장이 별빛 총총한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글을 남겼다.
저자 빈센트 피게레도 미국 세인트메리메디컬센터 심장내과의는 “심장은 인체의 가장 소중한 장기이면서 사랑에 대한 영원한 은유다. 심장은 일상 생활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널리 쓰이는 특별한 기호이고, 하트 모양은 행복과 건강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무언가를 알고 느끼는 것도 심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심장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뛰기 시작해 사는 동안 쉼 없이 뛴다. 책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사람들이 어떻게 심장을 다뤘는지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질병을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분노’로 여기며 심장과 인체에 관한 지식의 발전이 멈췄던 중세 암흑시대, 줄기세포·3D 프린팅 기술로 심장을 복원하는 현대에 이른다.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심장이 감정을 수용할 수 있다는 현대의 ‘심장-뇌 연결’ 연구는 과거 심장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믿었던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의 생각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오랜 기간 미신처럼 여겨졌지만, 저자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 기능 외에 감정을 느끼는 또 다른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오늘날 심장신경학은 4만여 개의 감각 뉴런으로 이뤄진 고유의 신경계를 가진 심장과 뇌 사이에는 양방향 대화가 이뤄지며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타인의 심장을 이식받은 뒤 기증자의 성격과 취향이 전이된 사례나 사랑하는 사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심장마비를 겪는 환자들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예술과 심장의 긴밀한 관계를 파헤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심장은 미술과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마이클 온다치의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1992)에서 알마시는 죽음에 이를 정도의 치명상을 입은 캐서린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항상 그를 사랑했다고 고백하자 고통스러운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매일 밤 나는 심장을 도려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심장은 다시 가득 차 있었다.” 심장에 대한 인류의 질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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