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가치 실현"…벡델데이가 주목하는 올해의 작품은?[TF프리즘]
매년 양성평등주간(9월 첫째 주)에 맞춰 열리는 행사
여성 서사·여성 캐릭터들이 두드러진 작품 조명
DGK(한국영화감독조합)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벡델데이 2024는 양성평등주간(9월 1일~9월 7일)을 맞아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올해의 가장 양성 평등한 영화와 시리즈를 선정해 소개하며 한국 영화영상 미디어에서의 양성평등 재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9월 7일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벡델초이스10과 벡델리안 발표를 비롯해 벡델리안을 초청하는 라운드 테이블 등의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996년부터 여성주간으로 운영되다가 2015년부터 양성평등주간으로 명칭이 변경돼 이어져 오고 있다. 과거 7월 첫 주에 운영됐지만 2020년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인 9월 1일을 기점으로 7일간 운영하게 됐다.
'벡델테스트 7'은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고안한 기존의 벡델테스트(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이 나올 것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이들의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만이 아닐 것)에 감독·제작자·시나리오 작가·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과 비중이 동등할 것 소수자에 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등 현시대를 고려한 네 가지 항목을 더한 것으로, 매년 벡델초이스 10을 선정하는 기준이 된다.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벡델데이 2024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실질 개봉작 및 OTT 오리지널 영화 108편과 공중파 및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과 OTT 오리지널 등에서 소개된 시리즈 91편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지수가 높은 작품을 선정했다.
그렇게 선정된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10에는 여성 원톱 액션 장르물을 선보인 '밤에 피는 꽃' '킬러들의 쇼핑몰'과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문법으로 신선함을 선사한 '피라미드 게임' '졸업' 'LTNS', 세심하게 캐릭터의 다채로움을 조명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사랑한다고 말해줘'와 소수자와 가정폭력 그리고 다문화 등 시대를 반영하며 성장과 연대를 끌어낸 '남남' '무인도의 디바' '힘쎈여자 강남순'이 이름을 올렸다.
영화부문 벡델초이스10은 '교토에서 온 편지'(감독 김민주) '너와 나'(감독 조현철) '물비늘'(감독 임승현) '밀수'(감독 류승완) '비밀의 언덕'(감독 이지은) '소풍'(감독 김용균) '시민덕희'(감독 박영주) '잠'(감독 유재선) '정순'(감독 정지혜) '지옥만세'(감독 임오정)다.
젠더 감수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한 'LTNS'의 전고운·임대형 감독과 여성들의 이야기를 욕망의 서사로 제한하지 않고 인간의 본질을 지향하는 정체성의 서사로 확장한 '졸업'의 박경희 작가, 코믹부터 액션과 드라마까지의 감정선을 모두 아우르며 배우가 곧 장르 그 자체가 된 '밤에 피는 꽃'의 이하늬, 여성 두 명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투자 난항을 겪었지만 2019년 직접 제작사 스토리피닉스를 차리고 작품을 제작하는 뚝심을 보여준 '힘쎈여자 강남순'의 백미경 제작자가 올해의 벡델리안이 됐다.
이어 입체적인 10대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며 그때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비밀의 언덕' 이지은 감독과 자전적 이야기로부터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킨 '교토에서 온 편지'의 김민주 감독, 생활력 강한 중년 여성을 완벽하게 소화한 '시민덕희'의 라미란, 김혜수·염정아 주연의 텐트폴 영화 '밀수'의 강혜정 제작자가 선정됐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벡델데이는 관객들과의 접점이 적은 행사였다. 그렇기에 지난해 벡델데이는 이러한 아쉬움을 덜어내고자 벡델초이스10의 극장 상영 및 현장 토크를 개최했다. 또한 벡델데이 2022의 시선을 시리즈 부문으로 확장하고 10편을 선정함으로써 영화와 똑같은 무게를 주기 시작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K-콘텐츠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벡델데이 2024는 차별 없이 동등하다는 의미의 'Equal(이퀄)'이라는 단어의 알파벳 E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E롭게 GENDER E퀄리티'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극장과 관객을 비추는 여러 개의 눈을 가진 핫핑크의 벡델 크리처가 돋보이는 포스터는 벡델데이가 추구하는 세상을 상상하게 만들며 대문자와 소문자가 섞인 채로 정해진 배열 없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알파벳은 창의성과 다양성에 관한 뚜렷한 메시지를 느끼게 한다.
올해는 새롭게 제작되는 작품의 수가 감소했고 촬영이 끝났음에도 개봉하지 못하거나 편성 받지 못하는 드라마가 줄을 잇는 등 시장이 위축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형성을 거스르는 여성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여성 창작자들만 여성 서사를 이끌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올해는 남성 감독과 작가가 만든 여성 서사 콘텐츠가 증가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만큼 올해의 벡델데이가 영화계에 어떤 굵직한 성과를 남길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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