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우리만 잘하면 충분, 포기 말아달라" 롯데 '새 역사' 쓴 외인은 '타이틀보다 팀퍼스트'를 외친다 [잠실 현장]
타율 2위, 최다안타 공동 1위에 빛나는 롯데 자이언츠의 복덩이 외국인 타자. 그러나 최근 급해진 스윙에 부침을 겪었고 김태형(57) 롯데 감독은 답답한 마음에 취재진에 되물었다.
기우였다. 빅터 레이예스(30)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4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올 시즌 롯데에 영입된 레이예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119경기에서 타율 0.346 165안타 14홈런 90타점 7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93 맹활약을 펼쳤다. 득점권 타율도 0.375로 롯데의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팀 내 최고 타율, 최다안타, 최다타점까지 모두 레이예스의 몫일 만큼 올 시즌 타선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스다.
지난달 타율도 0.405로 매우 무서운 타격감을 보였으나 이번달 들어 주춤했고 최근 10경기에선 0.244(41타수 10안타)로 고전했다.
김태형 감독은 어딘가 쫓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전 만난 김 감독은 "레이예스가 급하다. 계속 타이밍이 늦으니까 조금 (방망이를) 뒤에 두고 때리라고 하는데 계속 급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내가 봐도 지금 급하다. 그러니까 낮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고 높은 공은 다 휘두른다. 최다안타를 의식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너무 급하다. 초반엔 딱 공이 오면 때렸는데 지금은 앞에서 방망이가 막 나간다"며 "한 번 빼볼까"라고 취재진에 되물었다. 이내 웃음을 지었지만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매 경기가 중요해진 시즌 막판 타선의 선봉장의 부진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사령탑의 고민을 눈치챈 것일까. 레이예스는 왜 자신이 타선의 에이스인지 증명했다. 두산 간판 투수 곽빈을 상대로도 한참 좋았을 때의 타격을 펼쳤다. 1회 1사 1루에서 곽빈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선취 타점을 올렸다.
팀이 2-0으로 앞선 1사 2,3루에선 깔끔한 중전 안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순식간에 4-0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8회에도 중전 안타로 3안타 경기를 완성한 레이예스는 대주자 황성빈에게 임무를 넘겼다. 황성빈은 연속 도루와 나승엽의 희생플라이로 팀의 7번째 득점을 해냈고 결국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레이예스는 "최근 타격감이 안 좋았는데 저만의 루틴이 있으니까 연습 때 그걸 계속 이어나간 게 오늘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며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특히 오늘은 타격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로써 롯데 외국인 타자의 새 역사를 쓴 레이예스는 "너무 뜻 깊은데 5강이 목표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적보다는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저의 큰 목표"라며 최다안타 타이틀에 대해서도 "저도 사람이고 (주변에서) 많이 말씀을 해줏셔서 의식이 되는데 개인 성적보다는 5강에 올라갈 수 있는 게 가장 큰 목표이기에 최대한 생각을 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큰 부침 없는 활약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는 비결에 대해서는 "힘이 안 들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트레이너 코치님께서도 많이 배려해 주신 덕분에 아직까지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3연승과 함께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도 조금 더 커졌다. 레이예스는 "솔직히 저희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며 "저희만 잘하면 5강에 충분히 들 수 있을 것 같고 모든 선수들이 진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많은 팬분들께서 포기하지 않고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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