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다 태운 포격전 승자는 KIA… 난타전 끝에 삼성 잡고 1위 굳히기 돌입 [대구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에는 마치 화염 냄새만 남은 듯했다. 양팀의 의지가 충돌한 화력전에서 선두 KIA가 2위 삼성을 누르고 1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KIA는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과 경기에서 장단 18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힘과 곽도규 전상현으로 이어진 필승조의 분전에 힘입어 15-13으로 역전승했다. 선두 KIA(74승49패2무)는 2위 삼성과 경기차를 5.5경기로 벌리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매직넘버를 한 번에 두 개 더 지웠다. 반대로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 희망을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를 놓치며 3위 LG와 경기차가 3경기로 줄어들었다.
KIA는 이날 선발 황동하가 1⅓이닝 6실점(3자책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임기영 김대유 등도 고전했으나 6회 마운드에 오른 곽도규(1⅔이닝 무실점)와 전상현(2이닝 무실점)이 대분전하며 어렵게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마무리 정해영이 시즌 27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타선은 너나 할 것 없이 잘 터졌다. 리드오프 박찬호가 결정적인 동점 3점포 하나를 포함해 3안타 5타점으로 대활약했고 소크라테스가 3안타 2타점, 최형우가 3안타 5타점, 김선빈이 2안타 1타점, 최원준이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KIA는 박찬호 최형우 최원준이 홈런을 터뜨리면서 18안타 15득점의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뽐냈다.
삼성도 선발 백정현이 1⅔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가운데 등판한 거의 대다수 투수들이 실점하며 마운드가 버티지 못했다. 타선에서는 박병호가 4타점, 구자욱이 3타점, 디아즈 이재현이 2타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득점력을 뽐냈으나 KIA 타선의 폭발과 마운드 난조 속에 빛을 잃었다.
◆ 이재현 2번 배치 vs 최형우 수비 출전… 삼성-KIA, 시작부터 감도는 전운
선두 KIA를 4.5경기 차이로 쫓고 있었던 삼성은 이날 김지찬(중견수)-이재현(유격수)-구자욱(좌익수)-디아즈(1루수)-박병호(지명타자)-강민호(포수)-윤정빈(우익수)-전병우(3루수)-안주형(2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KIA에 강했던 김헌곤이 일단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이재현이 2번으로 올라오고, 전병우와 안주형이 선발 명단에 합류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수들이 지금도 잘해주고 있다면서 이날 경기에 대해 압박감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해주길 바랐다. 한편 부상자 소식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인 대니 레예스는 31일 대구에서 캐치볼을 하며 복귀를 향한 첫 시동을 걸었다. 이성규는 다음 주초부터, 류지혁은 다음 주말부터 퓨처스리그 경기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퓨처스리그에서 2경기 정도 소화 후 1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 점쳤다. 김영웅은 예정대로 열흘 휴식이면 다시 1군에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1일 엔트리 확장에서는 투수 1명, 야수 4명이 1군에 등록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발로는 좌완 백정현이 나갔다. 백정현은 시즌 12경기를 모두 선발로 나가 65이닝을 던지면서 6승3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다. KIA를 상대로는 비교적 강한 편이었다. 통산 KIA전 45경기에서 4승8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고, 올해도 한 경기에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이에 맞서 이번 시리즈에서 1위 고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자 하는 KIA는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중견수)-김도영(3루수)-최형우(좌익수)-나성범(지명타자)-김선빈(2루수)-이우성(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우익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8월 28일 광주 SSG전에서 허벅지 쪽에 경련이 있어 이틀을 쉰 나성범이 이날 지명타자로 들어가는 대신 베테랑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에 들어갔다. 이범호 KIA 감독은 최형우가 흔쾌히 수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범호 KIA은 부상으로 정규시즌 아웃이 확정된 제임스 네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에릭 스타우트의 취업 비자가 발급됐다고 알리면서 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선발로 들어갈 수 있었던 양현종이 3일 광주 LG전에 출격할 예정이다. 한편 이 감독은 1일 엔트리 확대에 맞춰 스타우트와 박준표가 합류한다면서 야수들은 광주로 돌아가 콜업해 남은 세 자리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선발로는 황동하가 나갔다. 황동하는 시즌 21경기(선발 17경기)에서 4승6패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했고, 선발 17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4.99를 기록했다. 최근 5경기에서는 승리 없이 2패에 그쳤으나 평균자책점은 2.84로 좋은 편이었다. 올해 삼성과는 한 경기에 나가 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 시작부터 무차별 포격전… 최형우 vs 박병호 해결사 맞대결
말 그대로 시작부터 무차별한 포격전이었다. 양팀 타자들이 제대로 날을 잡은 듯 상대 마운드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KIA가 점수를 내면 삼성이 따라가고, 삼성이 경기를 뒤집으면 KIA가 다시 따라가는 어지러운 양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날(30일) 휴식일이 있었고, 1일 경기를 하면 다시 휴식일이 기다리는 일정이라 두 팀 모두 불펜을 아낌없이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불펜이 힘을 못 쓰는 게 문제였다.
KIA가 1회 가볍게 선취점을 내며 경기 분위기를 잡아가는 듯했다. 1회 1사 후 소크라테스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것에 이어 김도영이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최형우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었다. 이어 나성범이 볼넷을 골라 기회를 이어 갔고, 김선빈이 중전 적시타를 쳐 2-0으로 앞서 나갔다.
삼성은 1회 곧바로 반격했다. 선두 김지찬의 중전 안타에 이어 도루, 이재현의 좌전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고 구자욱이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2루타를 치며 가볍게 동점을 만들었다. KIA는 2-2로 맞선 2회 다시 도망갔다. 1사 후 최원준의 우전 안타, 박찬호의 볼넷으로 만든 득점권 기회에서 2사 후 김도영의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최형우의 2타점 우중간 적시타, 그리고 나성범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만들며 5-2로 달아났다.
그러자 삼성은 2회 대거 6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2회 선두 윤정빈이 1루수 실책으로 나간 것이 시작이었다. 하필 공에 이어 부러진 배트가 1루로 날아왔는데 이 때문에 포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어 전병우가 볼넷을 골랐고, 안주형이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김지찬이 볼넷을 골라 베이스를 꽉 채운 삼성은 이재현 구자욱의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쫓아간 것에 이어 박병호가 좌월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8-5로 앞서 나갔다.
여기서 삼성의 흐름이 이어졌다면 경기가 쉽게 풀렸을 텐데, 리그 선두인 KIA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5-8로 뒤진 3회 1사 후 김태군의 중전 안타, 최원준의 볼넷으로 만든 찬스에서 박찬호가 좌월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리며 8-8 균형을 맞춘 것이다. 그러자 삼성은 8-8로 맞선 4회 선두 구자욱의 볼넷에 이어 디아즈가 우월 투런포를 터뜨리며 먼저 두 자릿수 득점 고지를 밟으며 10-8로 다시 앞서 나갔다.
KIA는 5회 최원준의 우중월 솔로포로 1점을 추격했다. 그러자 삼성은 5회 전병우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맞불을 놨고, 1사 후에는 김지찬의 대활약으로 추가점을 냈다. 김지찬은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것에 이어 도루로 2루에 갔고, 도루 때 상대 송구 실책을 틈타 다시 달려 3루를 밟았다. 그리고 이재현의 투수 땅볼 때 송구보다 먼저 홈을 쓸고 지나가 말 그대로 발로 1점을 추가했다. 삼성이 5회까지 12-9로 앞섰다.
◆ 물러서지 않은 KIA, 오승환 또 무너뜨렸다… 곽도규-전상현 삼성 포문 막았다
하지만 KIA도 물러서지 않았다. 9-12로 뒤진 6회 선두 최형우가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KIA도 두 자릿수 득점을 채웠다. 이어 나성범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그러자 삼성은 오승환 카드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오승환에게는 운이 조금 없었다. 김선빈의 타구가 1루수 디아즈의 글러브를 맞고 튀는 안타로 이어져 무사 1,2루가 됐다. 오승환은 이우성과 대타 한준수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고 불을 끄는 듯했지만, 최원준의 빗맞은 타구가 투수와 2루수 사이에 떨어졌고, 발 빠른 최원준이 먼저 1루에 들어가 2사 만루로 이어졌다.
여기서 박찬호의 타구 역시 잘 맞지는 않았으나 내야를 건너 중견수 앞에 떨어지며 2타점 적시타가 됐고, 소크라테스의 타구는 우익수와 2루수가 제대로 처리를 못해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는 적시타로 이어졌다. 오승환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점수들이 올라갔지만, 점수는 점수였다. KIA가 6회 5득점으로 14-12 리드를 잡았다.
올라오는 불펜 투수마다 고전한 KIA지만 5회 1사 후 올라온 곽도규는 안정감이 있었다. 곽도규는 등판 이후 별다른 위기를 허락하지 않으며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7회 선두 김현준 때 투수 실책으로 주자를 허용했다. 그러자 KIA는 전상현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전상현은 김지찬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이재현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구자욱을 병살타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전상현이 기세를 몰아 8회까지 정리한 가운데 KIA는 9회 선두 박찬호의 2루타에 이어 소크라테스의 안타로 1,3루 기회를 잡은 뒤 1사 후 최형우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더 뽑아 승기를 굳혔다. 삼성은 9회 윤정빈이 솔로홈런을 치며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끝내 동점이나 역전까지 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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