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전기먹는 AI·이상기후 시대…'블랙아웃'의 기억 소환

이광빈2 2024. 8. 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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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앵커] 인공지능 AI 시대, 그리고 급속한 기후변화로 '전력 전쟁', '전력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향후 급격히 늘어날 전력과 송배전망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대규모 적자의 깊은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고, 관련한 사회적 갈등의 골은 넓고 깊어만 갑니다. 전력 문제는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 더욱 피부로 체감되고 있습니다. 먼저 커지는 전력 수급 불안감을 살펴보겠습니다. 임혜준 기자입니다.

['100GW 뉴노멀' 시대…수요 대비 국내 전력망 괜찮나? / 임혜준 기자]

[기자] 8월 20일 전력 수요는 97.1GW까지 치솟았습니다. 한 달 사이 여섯 번의 기록 경신 끝에, 역대 여름철과 겨울철을 합해 최고 기록을 세운 겁니다.

태양광까지 더한 총 전력 수요가 100GW를 넘긴 날도 8월 한 달 중 6일에 달합니다. '100GW 뉴노멀 시대'가 본격화 됐다는 평가입니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다가올 2038년 총 전력 수요는 128.9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3년과 비교해 30.6GW 늘어난 수요입니다. 이를 위한 목표 설비는 157.8GW로 잡았습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원전을 추가로 설치해 공급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예측 불가한 이상 기후 현상의 반복과 이른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산업의 빠른 발달은 미래 전력 수요의 변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보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윱니다.

결국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재생에너지 보다는 석탄, 원전과 같은 주력 전력원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수요가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전력을 끌어올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해안가에 위치한 석탄 발전소와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보내기 위해선 송전망과 변전소 설치는 필수이지만, 지역 주민과 지자체 반발에 진행률은 더딘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지자체와 함께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세심한 보상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유승훈 /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산이 너무 많기 때문에 땅 속에 묻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요. 결국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과 보상을 통해서 송전선로 확충은 분명히 이뤄져야됩니다.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이 현재 국회 계류되어있습니다. 빨리 이 법이 통과되어야하고요…

수요처 가까이 발전소를 짓는 방안도 전력 수급 위기 속 타개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여름철엔 전력, 겨울엔 열 공급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수용성이 높은 천연가스 열병합 발전소 설치를 수도권 지역에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전력수요 #전력수급

[이광빈 앵커] 폭염에 냉방기기를 장시간 가동하면서 전기요금을 걱정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하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있는가 하면 한낮에도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나오는 현상인데요. 안채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전기료 폭탄' 걱정인데…다른 한쪽은 '개문냉방' / 안채린 기자]

[기자] 무더운 날씨 탓에 에어컨 가동은 필수가 됐지만 전기요금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7월 고지서를 받아본 시민들은 8월 전기요금이 걱정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 하지만 결국 가족들 생각에 에어컨 버튼에 손이 가고 맙니다.

<박경근·박지환·김미수 / 경기도 성남시> (8월 고지서가) 걱정이 돼요. 아낀다고는 아끼고 있는데 아이들이 있어서 절약을 많이 할 수가…다 같이 거실 에어컨만 틀고서 거실에 모여 자거나…

어떻게든 아껴보려는 시민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전기료를 개의치 않는 곳들이 있습니다.

서울 도심의 일부 상점들이 문을 열어둔 채 냉방장치를 가동하는 이른바 개문냉방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안채린 기자> 제가 서울 명동에 나와서 상가들을 한 번 둘러봤습니다. 20곳 정도를 봤는데요. 2곳만 문을 닫고 냉방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문을 열고 냉방장치를 가동할 경우 문을 닫았을 때보다 전력량은 66%가량 더 소모되고 전기 요금은 33% 증가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는 상황. 하지만 상인들은 장사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A씨 / 상인 (음성변조)> 열어놔야지 손님들이 들어오니깐 어쩔 수가 없어요. 시각적인 효과가 열어놓고 있는 거랑 닫아놓고 있는 거랑은…

현행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지자체는 개문 냉방 등 에너지 사용 방법에 대한 단속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자부가 사용 조치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마지막 시점이 하절기 기준 지난 2016년이라 그 이후로 단속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지자체가 나서 절약 캠페인을 통한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달라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 B씨 / 상인 (음성변조)> 에너지 절약 캠페인 하잖아요. 저희도 공감은 해요. 그런데 다른 데도 문 다 열어놓고 하잖아요. 저희만 또 닫고 할수도…

단속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체계를 손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민호 /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 인식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들이 높아져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산업용은 (가정용보다) 더 싸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선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안채린입니다.

#전기 #요금 #개문냉방

[진행자 코너]

인공지능, AI가 향후 경제 체제와 일상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어갈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AI를 둘러싼 생태계가 커가기 위해선 상당한 전력량을 확보해야 하는데요.

챗GPT에서 한번 검색할 때 사용되는 전력은 구글 검색보다 10배가량 많습니다. AI를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이렇게 AI 서비스에 전기를 공급하는 생태계는 벌써 삐걱대고 있습니다. 관련 주체 간에 갈등이 불가피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조정은 쉽지 않은 형국입니다. 갈등의 구조와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AI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한 반도체와 관련 장비가 모인 데이터센터가 필요한데요. 이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 지방 데이터센터에서 근무할 IT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데이터센터에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요.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가운데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8년엔 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볼 정도입니다.

이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수도권에 지어지긴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 발전소들은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고 냉각수를 구하기 좋은 바닷가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면 국내 전력 수요의 약 70%를 사용하는 수도권에 전력을 어떻게 보낼까요. 물론 송배전망을 통해서입니다. AI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선 영남 동해안의 원전 등에서 전기를 수도권으로 더 많이 보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벌써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습니다. 지방에선 전기를 주로 사용하는 수도권에 발전소를 지으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배전망을 둘러싸고도 갈등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논란은 이미 올해로 19년째 진행 중입니다. 경기도 하남시는 한전의 국책사업인 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을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불허하기도 했습니다.

수도권에선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짓기도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우려해 데이터센터의 입주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갈 수밖에 없는 데이터와 전력 사용을 위해 에너지 발전원과 배전망 확충, 데이터센터 확보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경쟁력뿐만 아니라 전기요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갈등을 원활하기 풀기 위해선 관련 주체 간의 원활하고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합당한 보상 등이 이뤄져야겠습니다.

[이광빈 앵커] 여름철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나오는 얘기가 전기요금 인상입니다. 한전은 전기를 생산할 수록 적자가 늘어가는 구조인데요. 누적 적자를 조금씩 해소해가고 설비 투자에도 힘쓰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는데, 실질적인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 형국입니다. 정부가 인상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정치권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 방안 추진에 더 방점을 찍는 모습입니다. 신현정 기자입니다.

[전기료 현실화 논란 계속…'요금 감면' 외치는 정치권 / 신현정 기자]

[기자]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이면, 정치권에선 전기료 부담 완화 의제가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국민의힘은 취약계층 선별지원 방침을 제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화답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지난 8일)> 취약계층 130만 가구 대상으로 전기요금 1만 5천 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말씀드립니다. 전기요금을 0에 가깝게 지원해드리겠다라는 의미로 저희가 이런 액수를 정했습니다."

<진성준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지난 6일)> 한동훈 대표가 폭염기에 취약계층 전기료를 감면하자 하는 법안을 여야가 민생법안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꼭 전기료 뿐이겠습니까마는 그럽시다.

<신현정 기자>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전기료 감면 관련 법안 발의가 활발합니다. 주로 폭염 등 재난 발생 시 취약계층 전기료를 감면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전기요금 감면은 동시에 전기료 현실화 문제로 자동 귀결됩니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료는 지난해 12월 기준 OECD 평균 중 절반 수준으로, 38개국 중에선 다섯 번째로 저렴합니다.

반면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지난 6월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2조 8900억 원에 이르는데, 올 상반기 이자를 갚는 데만 2조 2000억 원을 썼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에너지 가격은 오르는데 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일단 전기요금 인상 추진을 공식화한 상황. 다만, 그 시기를 두고 신중한 모습입니다.

<최남호 /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지난 19일)> 외부 충격에 따른 비용이 많이 올라서 지금 한전 적자도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부분 요인을 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검토토록 하겠습니다.

작년 5월 이후 가정용 전기 요금 인상은 없었고 작년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10.6원 인상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기료 인상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이후 물가 자극 우려와 여름철 냉방 수요 성수기를 앞두고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인상은 무산됐습니다.

전기 사용량이 매해 증가하는 가운데 민심을 고려한 전기요금 감면이냐, 한전의 적자 타개를 통한 인프라 투자냐를 두고 정치권의 딜레마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신현정입니다.

#전기요금 #한전 #감면

[이광빈 앵커] 이상기후 현상과 첨단산업 발전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이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전력 수요량은 전년보다 2.2% 증가했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3년간 전력 수요 증가세가 연평균 3.4% 수준으로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력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죠. 통상 전력 예비율은 10%를 넘어야 안정적인 상태로 보고 있는데,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20일은 8.5%까지 내려갔습니다.

2011년 9월 대규모 대정전, '블랙아웃'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정전 전날까지 전력 예비율이 19.4%로 블랙아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으나 늦더위에 급증한 전력 사용량을 감당할 수 없어 전력 당국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력 공급을 일시 멈췄습니다. 당시 신호등이 꺼져 도로가 마비되고, 공장은 멈춰 서는 등 수백만 가구가 피해를 보았는데요.

AI 시대와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더 많은 에너지 생산을 요구할 겁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관련 주체 간 갈등을 관리해 에너지 생산 및 사용 비용이 불필요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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