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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어야 한다. 내 삶의 대부분은 독서다."
내 삶의 일부분 또한 독서다.
"읽지 못한다는 것은 내게 항상 공포였다." 노안이 되어가는 지금, 어두침침한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없거나, 의약품 설명서의 작은 글씨를 만날 때면 나 또한 이런 류의 공포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구름을 칠해 달에 아무런 색깔을 입히지 않고도 달을 드러내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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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어야 한다. 내 삶의 대부분은 독서다."
올리버 색스의 말이다. 물론 그에게 미칠 순 없다. 하지만 나 또한 읽어야 한다. 내 삶의 일부분 또한 독서다. 조지 로버트 기싱이 말했다. "읽지 못한다는 것은 내게 항상 공포였다." 노안이 되어가는 지금, 어두침침한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없거나, 의약품 설명서의 작은 글씨를 만날 때면 나 또한 이런 류의 공포에 시달리기도 한다.
도대체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읽기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고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읽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 전제는 '읽기'라는 단일한 활동은 없다는 것"이다. 노란색 물감으로 달을 칠하는 화가가 있다. 하지만 구름을 칠해 달에 아무런 색깔을 입히지 않고도 달을 드러내는 방법도 있다.
저자는 난독증, 과독증, 실독증부터 공감각, 환각,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질환 때문에 활자를 접할 때 문제를 겪는 신경다양적 독자들의 증언을 통해 읽기가 무엇인지를 드러내 보인다. "비전형적인 읽기 방식을 한데 모아 읽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채로운 현상"임을 밝히려 했다. "읽기가 언어기호를 해독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으로 한정된 과정이라고 보는 좁은 관점을 넘어, 사람들이 텍스트와 만나는 다양한 방법으로서 읽기를 더 넓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자폐증이면서 세 살이 되기 전부터 읽기 시작한 리안 홀리데이 윌리는 읽은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읽기를 즐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흰 종이에 깔끔하게 인쇄된 검은 글씨에서 실로 위안을 얻었다. 리듬감 있는 패턴과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옮기는 흐름을 좋아했다. 구두점에서는 멈춰야 하고, 쉼표나 새 단락 앞에서는 쉬어야 하는 그 규칙이 마음에 들었다. 단어들이 내 혀끝에서 소리 나고, 입의 여러 부분을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정상인 척하기>)
발가락으로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글을 읽으며 미각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감옥'이라는 단어를 보면 베이컨 맛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읽기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문해력 연구자인 제임스 맥스웰은 "읽기를 정의하는 것보다 읽기에 관한 책 한 권을 쓰는 편이 더 쉬울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읽기를 만족스럽게 정의하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계속 읽는다." (알베르토 망겔, <독서의 역사>)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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