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한국이 세계 흐름 이끈다는데...

윤성철 2024. 8. 3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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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척추내시경연구학회, 31일 부산에서 ‘AO spine Korea’와 합동학술대회 열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주 척추내시경 수술을 하는데, 그중 3명이 외국 환자였어요. 참석해 달라는 해외 학회의 초청도 잇따르고 있고요. (K-헬스케어에 이어) K-스파인(spine) 한류(韓流) 시대도 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조정기 회장)

현재 우리나라 척추 수술의 주류(主流, main stream)는 내시경 수술. 1cm도 안 되는 피부 절개면에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해당 병변만 족집게처럼 치료하는 '최소침습(浸濕)' 방식이어서 출혈도 거의 없고, 회복 기간도 엄청 짧다.

최근엔 허리(腰椎), 등(胸椎), 목(頸椎) 수술에 특화한 전문 내시경을 활용한 맞춤형 수술로 나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 '척추 협착증'이나 '디스크 탈출증' 같은 척추 질환으로 고생해온 환자들에겐 희소식. 세계에 비해 우리나라가 특히 앞서가는 분야이기도 하다.

31일 열린 부울경 척추내시경연구학회(회장 윤명수, 부산큰병원) '제24차 학술대회'는 그런 척추내시경 수술의 최신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날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한 'AO Spine Korea' 박종범 회장도 "세계 척추내시경 수술을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에 전국의 내로라 하는 수술 전문가들이 대거 출동한 것은 이 분야에서 부울경의 위상이 높기 때문. 일단 다른 지역보다 척추내시경을 하는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척추내시경 수술의 2개 축(軸), '단일공'(單一孔) 수술과 '양방향' 수술(UBE) 중 "양방향 내시경 척추수술법의 확립자"로 불리는 손상규 소장(좋은문화병원) 등 대가들이 즐비한 것도 한 이유다.

이날 학술대회는 오전 9시부터 5개 세션이 빡빡하게 진행됐다. 수술 잘 하는 의사들의 비디오 세션부터 라이브(live) 수술 실황 중계, 임상현장에서의 최신 지견, 대가들의 마스터 클래스, 그리고 젊은 의사들의 '사례 연구'(case study)까지….

첫 세션부터 상대적으로 고난도라 할 수 있는 (양방향)경추감압술(박만규, 휴병원)과 (단일공)흉추감압술(이원철, 창원제일종합병원)이 등장했고, 디스크 재수술(김주은 바로서면병원)과 신경공협착증(정종철, 부산큰병원)도 잇따라 나왔다.

특히 메리놀병원 김호상, 통영고려병원 정주영 원장은 단일공 내시경을 이용한 디스크 제거술을 보여줬다. 부산대병원 이정섭, 경북대병원 조대철 교수가 좌장을 맡아 세션을 진행했다.

두 번째는 이날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라이브 수술 세션. 연세척병원 이남 원장이 목에 디스크 문제가 생긴 35세 여성 환자에 '경추 추간공 감압술'(Cervical Bilateral Foraminotomy) 진행하는 것을 실황 중계했다.

부산 연세척병원 이남 원장이 31일 열린 '제24차 부울경 척추내시경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척추내시경 수술 상황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코메디닷컴]

정확하면서도 매끄러운 술기가 돋보인 자리. 중계 1시간 내내 병원(부산 부산진구)과 학술대회장(부산 해운대백병원) 사이에 오가는 숱한 Q&A(질문과 답)를 진행하느라 좌장을 맡은 심홍보(울산대병원) 김치헌(서울대병원) 교수가 진땀을 흘렸다.

수도권과 쌍벽 이루는 부울경 척추수술... '양방향 내시경'은 오히려 전국을 선도

세 번째 세션에선 이성주 나노병원장이 경추경막(cervical intradural) 내 디스크 탈출증을, 이창규 연세대 교수(세브란스병원)가 O-arm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한 양방향 수술을, 손상규 소장(좋은문화병원)이 허리 디스크 절개술의 다섯가지 접근법 등을 발표했다.

이어 척추 내시경 수술에서 드릴의 사용(김동하·동의병원), 척추 내시경 수술 후의 회복 증진을 위한 ERAS 적용법(최병완·해운대백병원),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의 효율적인 기구 세팅법(홍영호·참포도나무병원)은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유용한 팁(tip)들.

이 분야 대가들의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도 시선을 끌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장을 역임한 이종서 해운대부민병원 의무원장(대한척추외과학회 전 회장)은 "척추 수술만 30년 넘게 해왔는데, 한때 대세를 이루던 'anterior endoscopic surgery'(몸의 앞쪽으로 들어가는 수술)는 이제 거의 다 사라졌고, 지금은 뒤로 들어가는 'posterior endoscopic surgery'가 대세"라 했다.

하지만 "흉강경을 이용한 척추측만증 교정술은 후방(後方) 수술에 비해 확실하게 우월한 3차원적 교정이 가능하다"면서 "최근 소아 척추측만증에 흉강경을 이용한 (전방)수술법(anterior growth modulation)이 도입되면서 다시 한번 전방(前方) 수술이 부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천적인 소아 척추측만증엔 흉강경 이용한 (전방)수술법 다시 각광 받아

또 일본 의사 쿠니요시 츠치야(JCHO 휴슈병원)는 척추내시경수술(FESS)에 대한 양방향 수술과 단일공 수술의 차이와함께 일본 내에서의 임상 관점을 비교해 주었고,손동욱 교수(양산부산대병원)는 OLIF(Oblique Lateral Interbody Fusion) 진단과 성과를 설명했다.

이선호 교수(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장)는 의사들이 'GPT-4o'와 같은 통합형 인공지능(AI)을 의학연구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했고, 손동욱 교수(양산부산대병원)는 '사측 접근 추간체 유합술의 적응증과 예후'를 강의했다.

이어 마지막 세션은 증례 발표를 통하여 교훈을 얻는 자리. 성장 속도가 빠른, 전국의 촉망받는 '라이징 스타'(rising star)들이 대거 등장했다.

손두경(빌리브세웅병원) 김동한(연세척병원) 정대영(창원힘찬병원) 박용진(순천하나병원) 김비오(조선대병원) 한방상(수원윌스기념병원) 박대원(좋은문화병원) 전문의가 나왔고, 그래서인지 부산본병원 하상훈 병원장과 해운대백병원 김성수 병원장이 좌장을 맡아 세션을 직접 진행했다.

[사진=코메디닷컴]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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