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의 힘? SNS 스레드 출시 1년 만에 급성장한 비결
출시 1주년 맞은 SNS 스레드
쇼트폼 대신 꺼내든 무기
텍스트로 전략적 차별화
텍스트힙 열광하는 젊은층
스레드에 쏠리면서 인기몰이
SNS 스레드가 초반 부진을 털어내고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너도나도 쇼트폼 동영상을 채택하는 요즘, 고집스럽게 텍스트 기반 서비스를 전개한 게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특히 SNS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층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독서·기록 등의 행위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텍스트힙' 문화가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스레드도 반사 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론칭 1년차를 맞은 메타의 텍스트 기반 SNS 서비스 '스레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7월 스레드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가 38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42만명) 대비 169.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14.0%), 엑스(옛 트위터·15.0%), 틱톡(8.0%) 등 다른 SNS의 MAU 증가율과 비교하면 눈부신 성장을 거둔 셈이다.
■ 급성장의 의미 = 이 통계 결과가 말하는 건 무엇일까. 시곗바늘을 지금으로부터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출시 당시만 해도 스레드의 강점은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에 있었다. 인스타그램의 MAU는 2554만명(7월 기준)으로 국내 SNS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타는 스레드가 '인스타그램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터치 한번이면 스레드로 이동할 수 있는 아이콘을 삽입했다. 그로 인해 많은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스레드로 쏠렸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스레드를 향한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스레드가 경쟁앱인 엑스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빼닮은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어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밖에 SNS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이 없다는 점, 게시물 수정·탈퇴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도 문제로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스레드의 론칭 효과는 금세 시들해졌다. 앱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당시 스레드는 출시한 지 일주일 후 글로벌 사용자 수가 4900만명에서 2360만명으로 급감했고, 2주차에는 44.9%가 추가 감소해 130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출시 일주일 만에 앱 설치자 수가 107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그해 11월까지 MAU가 130만~140만명대에 머무르며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보였다.
■ 젊은층의 선택 = 이런 스레드의 MAU가 몰라보게 늘어난 건 젊은 소비층 덕분이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스레드 연령별 이용자 비중에서 20대가 39.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30대(22.9%)와 10대 이하(22.4%)가 이었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이용자층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스레드가 '성장페달'을 밟은 셈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스레드에 주목한 건 왜일까. 스레드의 핵심 콘텐츠는 '글자'다.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순 있지만, 이는 부수적인 기능이고 어디까지나 텍스트로 이용자끼리 소통하는 것에 서비스의 초점을 맞췄다.
반면 요즘의 SNS는 너나 할 것 없이 '쇼트폼(30초~1분 길이의 짧은 동영상· Short form)'을 주력 콘텐츠로 채택하고 있다. 틱톡이 쇼트폼으로 '대박'을 치면서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 등도 앞다퉈 쇼트폼을 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쇼트폼 대신 텍스트에 집중한 스레드가 홀로 세 자릿수 성장세를 거둔 건 의미심장하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시선을 끌기는 쉽지만 그만큼 휘발성이 강하고 추상적이며 공허하다"면서 "쇼트폼 영상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소비자들이 글자 중심의 스레드를 선호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쇼트폼이 범람하는 SNS 생태계에서 스레드가 틈새시장을 제대로 노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스레드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건 아니다. 스레드만의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차별화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스레드도 이용자 정체기를 겪고 있는 엑스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스레드는 다가올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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