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순간 튀어나오는 영화 속 ‘빨간 버튼’...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4. 8. 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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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몰리가드는 비상정지 버튼을 덮는 덮개다.

보통은 투명해서 스위치가 보이고, 투명하지 않더라도 '이 밑에는 매우 중요하고 위험한 버튼이 있다'는 뉘앙스를 진하게 풍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철없는 고등학생들이 장난삼아 지하철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다가 고발 조치당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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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33] 빨간 비상정지 버튼 ‘그거’와 그걸 덮고 있는 투명한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누르게 해줘. 새빨간 버튼과 튼튼한 보호 덮개 앞에서 인내심은 무장 해제, 호기심은 하늘을 찌르게 된다. [사진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명사. 1. (빨간 버튼) 킬 스위치, 비상정지(E-stop) 스위치·버튼, EPO 2. (투명한 덮개) 몰리가드 【예문】이렇게 크고 빨간 버튼을 만들어 놓고는 몰리가드까지… 더 누르고 싶어지잖아!

킬 스위치(kill switch)와 몰리가드(molly-guard)다. 킬 스위치는 비상 상황에서 장치 등을 긴급하게 종료하기 위한 크고 빨간 버튼이다. 비상(emergency)에서 앞 글자만 떼와서 E-stop, 긴급 전원 절단(emergency power off)을 줄여 EPO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긴 것 그대로 빅 레드 스위치 혹은 빅 레드 버튼이란 별칭도 있다.

공장 등에서 기계 설비를 당장 끌 수 있는 킬 스위치는 필수 안전 장치다. 혼합기, 컨베이어, 사출성형기, 프레스, 분쇄기 등 설비에 사용자의 신체가 끼거나 말려 들어갈 경우 킬 스위치가 없으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튼 외에도 와이어·페달 형태의 킬 스위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킬 스위치. [사진 출처=필츠 코리아 홈페이지]
직관적인 작명 덕분에 킬 스위치라는 용어는 제조 공장 밖에서도 쓰인다. 우선 스마트폰 기본 기능 중에 킬 스위치가 있다. 고가인 데다가 각종 개인 정보가 저장된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원격으로 기기의 모든 정보를 삭제하거나 타인이 사용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주식시장에도 있다. 프로그램 오류 등 착오 주문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한 ‘호가 일괄취소 제도’가 바로 킬 스위치다. 증권사가 킬 스위치를 발동할 경우 거래소가 해당 계좌의 미체결 호가를 일괄 취소하고 추가적인 호가 접수를 차단해 손실 확산을 막는다.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도입·시행됐다.

몰리가드는 비상정지 버튼을 덮는 덮개다. 실수로 버튼이나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무나 누를 수 없도록 막는 보안 장치와는 다르다. 보통은 투명해서 스위치가 보이고, 투명하지 않더라도 ‘이 밑에는 매우 중요하고 위험한 버튼이 있다’는 뉘앙스를 진하게 풍긴다.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으나 도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1970년대 IBM의 대형컴퓨터 시스템 메인프레임에는 유사시 시스템을 비상 정지하기 위한 빨간 스위치가 있었는데, 한 프로그래머의 딸이 하루에 두 번이나 작동시키는 바람에 덮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딸의 이름은 몰리였고 말이다.

3D 프린터 모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컴퓨터 전원 버튼용 몰리가드. 작성자는 해당 제품에 대해 고양이 방지 잠금장치(cat-proof latch)를 갖췄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메인쿤 품종 반려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테스트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rangeryogi, Printables]
몰리의 철없음을 한편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킬 스위치는 정말 누르고 싶게 생겼다. 또 어린아이도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구조다. 당장 기계를 꺼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가 아닌 누구라도 쉽게 킬 스위치를 알아보고 재빨리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르고 싶은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몰리라도 용서받기 힘들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철없는 고등학생들이 장난삼아 지하철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다가 고발 조치당한 사례가 있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합당한 사유 없이 비상정지 버튼을 누를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독수리 오형제의 혁(일본명 콘돌 죠)처럼 아무 버튼이나 누르고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사진 출처=독수리 오형제 애니메이션 캡처, 타츠노코 프로덕션]
  • 다음 편 예고 : 연필과 꼭지 지우개 사이 이음쇠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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