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9만명 먹는 물'에 산업용 물질 뿌리고도…"나는 모르죠"
춘천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 정수장 주변에 한 업체가 산업용 물질을 섞은 해충 기피제를 뿌렸습니다. 검찰에 넘겨진 이 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은, 전현직 환경 관련 인사들인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파악됐습니다.
부글터뷰 이상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해충을 죽이지 않고 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사람의 고민이자 전부였습니다.
한 식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실패를 거듭했지만 성과도 있었습니다.
[친환경 해충기피제 개발자 : 유칼립투스라는 천연 식물이 있습니다. 코알라가 먹는 잎에서 추출한 오일인데요. 오일성이기 때문에 기름이 뜰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걸 수용성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거죠.]
식품첨가물로 등록된 친환경 해충기피제를 만들었습니다.
2021년 특허를 받자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친환경 해충기피제 개발자 : 강원도 춘천시의 한 A업체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저희한테 물건을 팔 수 있냐고,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다 알이 나왔다. 그런 것들이 못 오게]
이후 A업체는 춘천시 수돗물 방제 사업에 낙찰됐습니다.
그런데 A업체 해충기피제에 산업용 물질들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해당 물질들은 독성이 낮지만 수돗물에 유입되면 건강에 영향을 미치거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습니다.
A업체가 임의로 다른 곳에서 원료를 더 산 뒤 몰래 판 걸로 드러났습니다.
춘천시는 왜 몰랐을까.
담당 공무원부터 만나봐야겠습니다.
[당시 춘천시 수도운영과장 : 나중에 보니까 상표가 2개인 거예요. 그래서 빨리 검사 성적서 그런 것들을 제출해라 늦게 받은 거예요.]
A업체가 상표에 원료공급원을 다르게 적었는데도 몰랐습니다.
[당시 춘천시 수도운영과장 : 처음에 딱 1회 사용하고 키핑했어요. 못 하게 하고 방역 중지를 시켰어요.]
춘천시 동의를 얻고 해충기피제 말통 25개를 보관 중인 곳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춘천시 정수장입니다. 해충기피제를 뿌린 곳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곳 바로 옆입니다.
[당시 춘천시 수도운영과장 : {원료 공급원 조OOOO는 어디 있어요?} 나는 모르죠. 내가 이걸 알 수가 없죠. 어떻게 알아요?]
춘천시는 누가 어떤 원료를 만든 건지도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시민들이 먹는 물을 깨끗하게 걸러내는 곳 주변에 뿌렸습니다.
이제 A업체를 쫓아봐야겠습니다.
JTBC 취재 결과 A업체 대표는 전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장.
실질적인 운영자는 춘천시 수돗물수질평가위원이었습니다.
1차 납품 때 해충기피제에 물이 섞였고 2차 납품 때 식품첨가물이 아닌 물질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춘천시 수돗물수질평가위원 : 우리가 이걸 납품하면 돈이 거의 안 남아. 그럼 '우리 거 갖고 가서 6대 4로 물 타서 납품하세요' 그렇게 시작이 된 거야. 비소도 적게 먹으면 약이야 많이 먹으면 독이야 물론 (춘천시에서) 식품첨가제를 입찰했으면 거기에 맞춰서 (납품)해야지. 내가 어떤 책임이든 져야지.]
상표에 붙인 원료공급원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춘천시 수돗물수질평가위원 : {조OOOO는 어디 있어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알 필요도 없고 {환경과 관련된 문제잖아요.} 문제가 나니까 이렇게 까탈스러워진 거지, 그런 물건을 살 때 뭘 이렇게]
경기 군포의 한 건물입니다.
춘천시와 A업체가 잘 모른다는 원료공급원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문이 닫혔고 간판도 뗐습니다.
춘천경찰서는 JTBC에 A업체 대표와 위원 등 2명을 사기, 식품위생법 위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등 3개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A업체 대표 (전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장) : 거기에 유해물질이 있는지 없는지 그건 제가 알 수 있는 상황이 못 됐었고 그때 봉급을 받는 대표예요 어떤 실권이 있는 게 아니라 ]
취재가 시작되자 춘천시는 A업체를 행정처분하고 해충기피제도 반품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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