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대흥행 없지만 수익률은 1위…'알짜 배우' 등극[TEN피플]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텐아시아DB

방황하는 청춘, 조국을 잃은 소녀,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된 말단 계약직. 고아성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이처럼 사연이 많다. 아역 시절 이미 '천만 배우'의 반열에 오른 고아성은 메시지 있는 작품을 꾸준히 해오며 자신만의 길을 다져가고 있다.

고아성은 최근 개봉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아성은 20대 후반의 평범한 여성 계나 역을 맡았다.

'한국이 싫어서' 스틸. / 사진제공=엔케이컨텐츠

극 중 계나는 지독한 취업난을 겪고 직장에 들어간다. 남자친구는 결혼하자고 재촉하고 부모는 적금을 깨서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보챈다. 스스로를 경쟁력 없는 인간이라 하는 계나. 행복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난다. 

고아성은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 지금의 한국을 살아가는 20~30대 청년들의 고민과 처치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생기 없고 칙칙한 얼굴로 자신을 옥죄는 현실 속 계나의 애환을 그려냈다. 뉴질랜드 적응기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고 추방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불안감과 불확실성에서 점차 벗어나며 자신의 행복과 가치관을 찾아가는 계나의 변화도 설득적으로 그려냈다. 장건재 감독은 고아성이 대본을 읽고 바로 회신을 준 유일한 배우라고 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도 고아성은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에 다수 참여했다. 유관순 열사의 옥중 1년 이야기를 담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역을 맡은 고아성. 그는 "나 자신에겐 도전할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건 뒷일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유관순 열사뿐 아니라 서대문 감옥 여옥사 8호실에 수감된 분들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촬영을 위해 금식하기도 했다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면뿐만이 아니라 외면을 통해서도 그분이 처한 상황을 깊이 와 닿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고아성은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도 출연했다. 고아성이 연기한 자영은 삼진그룹 생산관리3부의 8년 차 사원. 업무 처리 능력은 대졸 후배인 대리보다 뛰어나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 경력 8년이나 됐는데도 커피 타기, 청소하기, 담배 사오기 등 잔심부름만 떠맡는다. 복장도 고졸 출신만 입는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자영은 어느 날 회사의 불법적인 폐수 유출 사실을 알게 되고, 고졸 출신 여사원들과 힘을 합쳐 내부고발을 한다. 결코 수월하진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공해낸다. 고아성은 노련한 연기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또래 배우들과 과하게 비장하거나 이상적이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완성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아성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004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고아성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설국열차'에 출연하며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깊이 있는 연기와 존재감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후 '대흥행'을 기록한 작품은 손에 꼽는다. 배우라면 흥행은 욕심나기 마련이지만 고아성은 꾸준히 뜻깊은 작품을 해오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았다. 평범한 작품보다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지만 용기내어 도전해왔다.

고아성은 최근 '한국이 싫어서' 인터뷰에서 "이번에 홍보활동 하면서 관계자분에게 들었는데, 제가 여성 원톱 영화 중 수익률 1등 배우라고 하더라. 워낙 작은 영화를 많이 촬영하다 보니 수익도 많이 났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좋은 작품 하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깊은 아픔, 고뇌, 번민을 겪은 이들의 치열한 삶을 전달하는 고아성. 대흥행작 소식이 없어도 고아성의 얼굴이 아름다운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