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관리 부실…“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예견된 인재”

박철현 기자 2024. 8. 31.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논란
교육과 다른 환경 시스템 도입
유리 자재 대신에 비닐로 마감
시설 하자 문제 끊임 없이 터져
청년농 “지원배제 우려 못알려”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임대형 농장 복합동에서 천장 누수로 각종 균들이 배지 속으로 침투해 작물 뿌리가 고사했다.

“20개월을 ‘갤럭시’로 공부했는데 실전에선 ‘아이폰’을 쓰라니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심각한 누수 피해로 공분을 사고 있는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 문제가 “예견된 재난”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재배 환경이 주어진 데다 입주 초기단계부터 크고 작은 시설 하자가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본지 8월26일자 6면 보도). 피해를 입은 청년농들은 “애써 지은 농사를 망쳤을 뿐 아니라 어렵게 얻은 거래처의 신뢰까지 잃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년농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환경제어 시스템이다. 20개월 교육을 받는 동안 A사의 시스템을 이용해 환경제어를 배웠는데 막상 입주하고 보니 설치된 시스템은 B사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을 마주한 청년농들은 새로 교육을 받아가며 농사를 짓는 불안한 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자동 양액 제어장치가 고장 나 수동으로 농작업을 해야 하는 등 매일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 청년농은 “혁신밸리 내 다른 스마트팜에는 교육 때 사용했던 시스템이 설치돼 별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 다른 시스템이 적용된 곳에서만 문제가 생겼다”며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이 입주했는데 우리만 문제가 생겼다. 이게 무슨 복불복이냐”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팜은 복합동과 과채동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복합동이다.

하자 보수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청년농들은 말한다. 업체 직원이 보수를 이유로 천창 암막 스크린을 함부로 열어버리는 바람에 뜨거운 햇볕에 노출된 작물이 고사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팜이 유리온실이 아닌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육이 이뤄진 실습농장은 유리온실인데 실제 농사를 짓는 곳은 비닐하우스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은 차치하고 비닐이 찢어지면서 곳곳에서 마치 천장이 없는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등 심각한 누수까지 발생해 결국 농사를 망쳤다는 것이다.

청년농들은 “원래 유리온실로 계획했는데 예산 때문에 비닐로 바꿨다고 들었다”면서 “누수로 이렇게 큰 피해를 입고 보니 비닐이 아니라 유리온실이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라는 원망이 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1년 입주해 3년여간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묵묵히 농사를 이어오던 청년농들이 결국 분노를 터트린 것은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년농들은 8월21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마트팜 부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이후 청년농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이번 일로 소위 ‘미운털’이 박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다른 지역 출신이지만 농업으로 김제에 정착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청년농들의 불안감이 더 크다.

한 청년농은 “3년 동안 70여차례나 보수 요청을 하면서도 외부에는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던 것은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커서다”라며 “실제로 우리가 이 문제를 알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역에선 이미 ‘못된 청년농’이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다음 교육생들은 같은 피해를 입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북도와 김제시 등은 “원인 규명을 위해 전문가 검증을 하고 있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피해 보상과 정밀한 시설 감리를 약속했다.

다만 피해 보상 규모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관계자들은 “청년농들의 피해 산출 근거가 부족하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청년농들의 기대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시는 2018년 농식품부 공모에 선정돼 백구면 일대에 1000억여원을 투입,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했다.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엔 20개월에 걸친 교육을 이수한 청년농 30여명이 입주해 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