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소유 ‘X’, 힘겨루기 끝에 브라질서 결국 차단
브라질이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의 접속을 차단했다. 머스크와 오랜 갈등을 빚어온 브라질이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AP 등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에서 엑스의 접속이 차단됐다. AP에 따르면 브라질 통신 규제기관인 아나텔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사용자의 엑스 접속을 중단하라고 명령했고, 현지 시간 기준 31일 자정부터 대부분의 통신사 고객들의 엑스 접속이 차단됐다.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30일 판결문에서 “일론 머스크는 브라질 주권, 특히 사법부에 대한 전적인 무례함을 보이며, 자신을 진정한 초국가적 실체로 내세우고 각국의 법률에 면역이 있는 인물로 내세웠다”라며 서비스 중단을 명령했다. 앞서 브라질 사법 당국은 지난 28일 엑스 측에 24시간 안에 엑스의 브라질 법률 대리인을 지명하라고 명령한 후,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소셜미디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엑스는 이달 초부터 브라질 내 법률 대리인을 두지 않고 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명령을 준수할 때까지 해당 플랫폼이 정지 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VPN(가상 사설망)을 사용하여 해당 플랫폼에 접속하는 사람이나 회사에는 매일 5만 헤알(약 1191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엑스와 브라질은 올해 초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4월 브라질 대법원이 엑스에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정부 시절 허위로 조작된 정보를 유포한 특정 계정들을 차단해달라고 명령했으나, 엑스가 이에 대해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후 엑스의 브라질 법률대리인은 사임했고, 엑스는 최근까지도 브라질 법이 인정하는 법률 대리인을 지명하지 못했다.
엑스 측은 해당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린다 야카리노 엑스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전 세계 엑스 사용자, 특히 브라질에 있는 사용자에게 슬픈 날”이라며 소셜미디어에 대한 검열을 금지한다는 브라질 헌법의 공약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도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겨냥해 “판사 코스프레를 하는 사악한 독재자”라며 “브라질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브라질의 선출되지 않은 사이비 판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브라질은 인구의 약 5분의1에 달하는 4000만 명이 엑스의 이용자로, 엑스의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속된 갈등으로 지난 17일 엑스는 브라질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AP는 엑스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차단은 이전에도 브라질에서 있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브라질의 한 판사는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브라질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던 메시징 앱 ‘왓츠앱’의 접속을 막았다. 2022년에도 지모라이스 판사는 브라질 당국의 정보 제공 요청을 무시했다며 메시징 앱 ‘텔레그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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