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접속하면 매일 ‘1000만원’…브라질 대법관, 머스크와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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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법원은 억만장자 엘론 머스크가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서 법원 결정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서비스를 즉각 차단하도록 결정했다.
브라질 대법원의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30일(현지시각) 브라질 방송 및 통신 감독기관인 아나텔에 전국에서 엑스 접속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판결에 따르면 브라질의 아나텔은 24시간 내에 금지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X가 2024년 지방 선거를 포함해 브라질 소셜 네트워크에서 “완전한 면책과 무법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해 왔다”며 이 회사가 반복적이고 고의적으로 법원 명령을 무시해 왔다고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모라이스는 “극단주의 단체와 디지털 민병대”가 “나치, 인종주의, 파시스트, 증오, 반민주적 연설의 대량 유포”에 X를 이용해 왔다며, 법원 결정을 어기고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X에 접속하는 사람에게 매일 5만 레알(89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X에 부과된 벌금 납부 집행을 위해 머스크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브라질 내 금융 계좌 동결도 명령했다.
판결이 나온 직후 머스크는 X에 글을 올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브라질의 선출되지 않은 사이비 판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31일에는 모라이스 대법관을 해리포터 시리즈의 악역 볼드모트에 비유하면서 “볼드모트 같은 독재자인 지모라이스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은 선거를 실시하는 세계 각국이 소셜 미디어가 선거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심하는 가운데 나온 가장 강력한 제재 조처다. 모라이스 대법관과 머스크의 끈질긴 싸움의 산물이기도 하다.
브라질은 2022년 대선 투표 이후 콘텐츠에 대한 소셜 미디어 기업의 책임을 묻는 데 가장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2022년 대선 선거운동 동안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국의 전자 투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주장하고, 해킹과 투표 도용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렸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브라질 대법원이 민주주의에 대한 온라인 위협을 단속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모라이스 대법관에게 부여했고, 그는 브라질에서 가장 강력하고 양극화된 인물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2022년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법원은 모라이스 대법관에게 위협적이라고 판단되는 계정의 삭제를 일방적으로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이후 모라이스 판사는 특정 계정이 정지된 이유를 밝히지 않는 비공개 명령을 통해 140개이상의 계정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그 대부분은 브라질의 저명한 보수 전문가와 국회의원 등 우파 성향의 계정이었다. 모라이스 판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여러 건의 범죄 수사를 주도했으며, 브라질의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모라이스 대법관은 브라질 좌파에게는 영웅, 우파에게는 적이 되었다.
지난 4월 모라이스 대법관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기소된 ‘디지털 민병대’와 단체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서면서, 여기에 일론 머스크를 포함시켰다. 또한, 콘텐츠 삭제에 대한 법원 명령에 불복한 X에 벌금을 부과했다. 머스크와 X는 처음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삭제하라는 명령에 따랐지만, 나중에는 회사의 수익에 타격을 받더라도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도전에 나섰다.
8월 들어 모라에스가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 대리인을 체포하겠다고 협박하자 X는 브라질에서 “즉시”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브라질의 X 법정 대리인을 지목하라는 명령에 감옥에 갇힌 검은 옷을 입은 대머리 남자의 사진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이는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모라에스의 이미지로 보인다. 머스크는 “알렉상드르, 언젠가 감옥에 있는 당신의 이 사진은 진짜가 될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하라”고 썼다.
자칭 ‘언론의 자유 절대주의자’인 머스크는 2022년 X를 인수한 이후 콘텐츠를 관리하는 인력의 대부분을 해고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의 정지된 계정을 복원했다. 그는 X를 자신의 극우적 정치 이념을 확산시키는 도구로도 이용해 왔다. 약 2억 명의 팔로워를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극우 지도자들을 지지하는 한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 자신이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렸다.
2억2천만 인구의 브라질은 여러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주요 시장이다. X 사용 인구는 250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미국 등을 제외하면 X의 주요 해외 시장이다. ‘극우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소셜미디어 기업을 제어하겠다는 모라이스 판사가 위험한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 금전적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을 ‘언론 자유 절대주의자’로 과시하는 머스크의 정치적 승부수가 결국 이기게 될지, 역사적 싸움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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