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發 장난감, 전 세계서 안전성 검사 ‘속수무책’… 美·EU 대응은 어떻게 [주말, 특별시]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를 통한 직접구매(직구)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에서 어린이제품 안전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안전요건 준수 여부가 포함된 ‘디지털 제품 여권’을 구비하는 방안을, 미국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800달러 미만 직구 상품을 집중 단속하기 위한 조치를 모색 중이다. 우리나라도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로 반입된 전자상거래 물품 8917만1000건 중 중국에서 들여온 물품은 6420만6000건에 달했다. 중국발 해외직구가 전체 해외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72.0%에 달했다. 중국산 해외직구 금액도 15억7100만달러(2조2000억원)로 작년 상반기(10억1000만달러)보다 55.5% 늘었다.
이처럼 생활 속에 C커머스가 깊숙히 파고들면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유해물질이 신체적 대항 능력이 취약한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서울시가 올해 5월 발표한 ‘해외직구 제품 안전성 검사’에 따르면 93개 중 40개(43%)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관세청도 올해 4월 알리·테무 등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제품 252종 중 38종에서 안전기준을 최대 3026배 초과하는 중금속(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걱정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하원의 중국 특별위원회가 작성한 관련 보고서는 테무에 대해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배송할 수 있어 특정 관세와 검사를 피할 수 있다”며 “통관 절차를 거치더라도 워낙 압도적인 양의 소형 물품들이 유입돼 제품 유해성 식별 및 차단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 세계에서 C커머스발 어린이제품의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펴낸 ‘해외직구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과 어린이제품 안전의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7월 어린이제품에 대한 안전 규정을 새로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 발효를 위한 표결에 들어갔다. 해당 규정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모든 장난감에 안전요건 준수 정보가 포함된 ‘디지털 제품 여권’을 구비하도록 했다. 향후 세관에서 여권검사를 통해 추가 관리가 필요한 완구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150유로 이하의 전자상거래에 적용돼 오던 면세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도 중국 직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800달러 미만의 상품을 집중 단속하기 위한 조치를 모색 중이다. 소규모 해외직구 제품이 제품안전성 검사를 피할 수 있어 위협이 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여러 관련법을 통해 물품검사와 제품의 안전성검사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150달러(미국의 경우 200달러) 이하의 개인 해외직구 제품의 경우 별도의 안전인증 절차가 없이 ‘목록통관’ 방식으로 유입되고 있어 개별 제품의 유해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5월에는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철회하기도 했다. 갑론을박을 불러왔던 ‘해외직구 금지’로 불렸던 정책이다. 어린이제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해 KC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해외직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사실상 무산됐다.
조영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동시에 사전 규제와 사후 규제를 적절히 혼합한 형태로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이 요구된다”며 “숙의를 거쳐 선정된 어린이제품은 개인 사용 목적인 경우에도 현품검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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