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TV의 승부수 '유어 아너', 전략 통했다
1회 1% 시청률로 시작해 4% 도달
모바일 플랫폼 아닌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
최근 물밑에서 가장 뜨거운 드라마는 '유어 아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사 플랫폼인 지니TV 외에는 OTT 배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지니TV와 ENA 채널 본방 사수를 하지 않는다면 볼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없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종이달' '어사와조이' '60일, 지정생존자' 등을 연출한 유종선 감독, '소년시대' 등을 집필한 김재환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유어 아너'는 1회 공개 후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김명민 손현주가 주축이 돼 이끄는 극의 긴장감은 로맨스 코미디들 속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는 한 순간의 사고로 살인자가 된 송판호(손현주)의 아들 송호영(김도훈)으로 인해 모든 게 뒤바뀐 부자(父子)의 이야기가 골자다. 김명민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권력자 김강헌으로 그가 아직까지 명배우의 대표주자인지 입증했다. 회차가 지날수록 극의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지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장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혈투 같은 장면은 없지만 긴박하고 또 초조하게 흘러가는 전개가 촘촘하다. 여기에 백주희 최무성 허남준 등 개성 강한 이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결말을 더더욱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플랫폼이다. '유어 아너'를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넣으면 '유어 아너 넷플릭스', '유어 아너 티빙'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지만 정작 볼 수 있는 곳은 딱 한 곳뿐, KT의 자사 IPTV 서비스 지니TV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던 시대가 지나고 개개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유어 아너'는 두 가지 선택지만을 고수한다.
제작사인 지니TV는 OTT 공개 문의에 일찍이 선을 긋고 폐쇄적인 마케팅을 알린 것이다. 한 작품이 여러 OTT에 공개되는 경우가 잦은 현 시대에 역행하는 마케팅으로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궁금증이 본방 사수를 부르는 모양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유어 아너'는 1회 1.7%를 기록했고 6회에서는 4.3%의 수치를 보였다. 추후 더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많다. 왜 지니TV는 리스크가 큰 승부를 걸었을까.
이 물음표는 그간 지니TV의 전략을 돌아본다면 쉽게 해소가 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우며 모바일 플랫폼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남남' '신병2' '마당이 있는 집'이 그의 일환이다. 접근성, 즉 유입 시청층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파이를 키우고자 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통신사 KT를 이용하거나 지니TV 회선에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다시 TV 앞에서 본방을 사수하는 중이다. 지니TV 자체가 갖고 있는 무기는 편리성보다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오히려 방영 창구인 ENA가 독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니TV에 따르면 플랫폼 강화 전략에 따른 성과로 지니 V 이용량 증가 성과가 뚜렷하다. 최근 1년간(2023년 9월~2024년 8월 기준) 무료 드라마 중 지니TV 오리지널 시청시간이 차지하는 비중 월 약 40%에 달한다. 또 지니TV 오리지널을 보기 위해 TV 앞으로 다시 돌아온 이용자은 월 평균 30% 증가했다. 아울러 최근 6개월간 지니 TV 오리지널 콘텐츠 총 시청시간은 전월대비 월평균 약 30% 증가했으며 '유어아너' 방영시점에는 전월 대비 약 95%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본지에 "KT 미디어 콘텐츠의 전략이다. 먼저 KT 지니tv 고객을 위한 혜택으로 내부에서만 공개가 된다. 또 두 번째는 그렇게 오리지널 콘텐츠가 경쟁력이 갖춰지면서 플랫폼 경쟁력까지도 강화될 수 있는 부분을 기대하는 지점이다. 미디어 밸류체인 차원으로 스튜디오 지니에서 기획하고 또 KT와 같이 투자, 제작, 또 저희가 갖고 있는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과정이 선순환이 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외부 OTT 쪽으로도 공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앞서의 전략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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