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함께 내디딘 34번의 걸음…바바얀 리사이틀 '송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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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을 훌쩍 넘긴 거장 피아니스트가 2시간 넘게 피아노 앞에 앉아 서른네 곡을 연주하는 경이로운 모습이 펼쳐졌다.
김도현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바바얀은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더니 슈베르트의 가곡 7곡을 내리 연주했다.
슈베르트의 곡이 마무리되자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연주하던 바바얀이 해맑게 웃으며 일어나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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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회갑을 훌쩍 넘긴 거장 피아니스트가 2시간 넘게 피아노 앞에 앉아 서른네 곡을 연주하는 경이로운 모습이 펼쳐졌다.
30일 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 SAC 월드스타시리즈' 첫번째 주인공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바바얀(63)이 리사이틀 '송즈'를 열었다.
이날 공연에선 슈베르트와 슈만, 리스트 등 작곡가 19명의 음악 34곡이 연주됐다. 바바얀의 한국인 제자 피아니스트 김나영(세종대 음악과 교수)과 김도현이 스승의 무대를 도왔다.
김도현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바바얀은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더니 슈베르트의 가곡 7곡을 내리 연주했다. '나의 집'과 '물 위에서 노래하다', '물레 감는 그레첸' 등 슈베르트의 서정적인 선율로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했다.
관객들이 감성에 흠뻑 젖을 즈음 바바얀은 7번째 곡 '마왕'으로 공연장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흔들었다. 바바얀의 강력한 타건에 객석 곳곳에서 화들짝 놀라 졸음에서 깨는 관객이 속출했다. 한국 관객을 놀라게 하려는 바바얀의 장난스러운 선곡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에 절로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다.
슈베르트의 곡이 마무리되자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연주하던 바바얀이 해맑게 웃으며 일어나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관객들도 긴장을 풀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곧이어 대기실 문이 열리더니 한 여성이 의자를 들고 등장해 바바얀 옆에 앉았다. 바바얀의 첫 한국인 제자 김나영 교수였다. 아직 작곡가 18명의 27곡이 남아 있기에 페이지터너(연주자 대신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 역할로 무대에 오른 것이었다.
슈만이 아내에게 바친 연가곡 '헌정'부터 러시아 시인 카롤리나 파블로바에 헌정한 리스트의 '로망스'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감미로운 선율이 이어졌다.
라흐마니노프의 가곡 '아름다움이 깃든 곳'과 '멜로디'로 공연장을 낭만으로 가득 채운 바바얀은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으로 관객을 현실로 되돌아오게 한 뒤 1부 공연을 마쳤다.
2부 공연은 1부에서 공연된 곡들보다는 짧은 16개의 곡이 연주됐다. 1부가 베토벤 이후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채워진 무대였다면 2부에선 20세기 현대 음악가들의 세련된 곡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바얀은 1939년 개봉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수록된 해럴드 알렌의 '오버 더 레인보우'와 자신의 고국인 아르메니아의 민속음악을 현대음악으로 재구성한 코미타스의 '자장가' 등을 연주하며 '궁극의 악기'인 피아노의 다양한 음향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또 자신이 직접 편곡한 그리그의 '꿈'과 포레의 '물가에서'를 연주하며 작곡가로서의 재능도 마음껏 뽐냈다.
피날레를 장식한 거슈윈의 재즈곡 '오 레이디, 비 굿'을 은은한 미소와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연주하는 거장 피아니스트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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