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줄여봤자 소용없다? '딱' 끊어야 하는 이유
주변에 담배를 끊은 지 10년 이상 된 중년 남성이 수두룩하다. 기침할 때 나오던 시커먼 가래가 사라지고, 숨쉬기가 편해지고, 입맛과 냄새 감각이 살아났다고 말한다. 손발의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운동할 때 힘이 덜 들고, 예전보다 감기에도 덜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담배를 딱 끊으면 심장병 위험이 20% 낮아지지만, 흡연량을 찔끔찔끔 줄여봤자 이렇다할 건강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는 프랑스 파리 비샤-클로드 베르나르병원 연구팀이 관상동맥환자 약 3만2000명의 흡연 습관을 분석한 결과다. 금연이 최선이며, 감연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Trajectories in smoking habits and outcomes in patients with stable coronary artery disease)는 8월 30일~9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유럽심장학회 회의(ESC Congress 2024)에서 발표된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 뉴스 투데이'에 따르면 우리 몸 가운데 흡연의 폐해가 미치지 않는 부위는 거의 없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 뇌·심혈관계·뼈·면역체계·폐·입·생식기·피부 등 거의 모든 곳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각종 암을 일으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매년 흡연 탓에 숨지는 사람의 숫자는 자동차 사고, 총기 사고, 알코올·마약 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미국암협회(ACS)에 따르면 흡연과 관련된 병으로 매년 48만 명 이상이 사망하며, 이는 전체 사망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흡연자의 기대수명은 비흡연자에 비해 10년 이상 더 짧다. 흡연은 남성 수명을 약 12년, 여성 수명을 약 11년 단축시킨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의하면 담배 연기엔 약 7000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이 가운데 최소 69가지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흡연은 미국 내 모든 암 사망의 약 30%, 폐암 사망의 80%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뇌졸중 발생 위험을 2~4배, 심장마비 위험을 2배 높일 수 있고,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 흡연 상태에 대해선 임계값이 없다. 하루 몇 개비 미만을 피우면 건강에 해롭지 않다거나 위험이 줄어든다는 데이터가 전혀 없다. 하루에 담배를 5개비 이하 피우는 사람도 심혈관병의 조기 징후를 보일 수 있다. 담배 속 일산화탄소와 니코틴은 심장을 매우 힘들게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흡연은 골밀도를 낮춰, 뼈가 더 약하고 부서지기 쉽게 만든다. 골절 후 뼈가 치유되는 것도 방해한다. 흡연은 특히 골다공증과 골절에 취약한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2017년)를 보면 흡연은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는 각종 자가면역병(크론병, 류마티스관절염, 궤양성대장염, 전신성홍반성 루푸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흡연은 제2형당뇨병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른바 3대 폐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기관지염, 폐기종)과 폐렴, 천식, 결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흡연은 주변 사람의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역겨운 냄새의 주범이기도 하다. 치아 색깔을 흉하게 바꾸고 구강건조증, 미각감소증을 부른다. 잇몸병 및 구취를 일으킨다. 흡연은 남성에게 발기부전, 정자 손상, 정자 수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임신 중 흡연은 조산, 유산, 저체중아 출산, 영아돌연사 증후군, 유아의 질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담배를 피우면 피부 노화가 빨라지고, 입술 주변 등에 주름이 생기고, 눈꺼풀이 처치고,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지는 등 피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거의 모든 장기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담배를 끊으면 이런 숱한 질병과 사망의 위험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날 수 있다. 일찍 금연할수록 건강 혜택은 더 커진다. 특히 40세 이전에 금연하면, 흡연과 관련된 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약 90%나 낮출 수 있다. 금연 후 1년이 지나면 심장마비 위험이 급격히 낮아진다. 금연 2~5년 안에 뇌졸중 위험이 비흡연자의 50%까지 감소한다. 금연 후 5년 안에 구강암 인후암 식도암 방광암의 위험이 50%까지, 금연 후 10년 안에 폐암의 위험이 50%까지 낮아질 수 있다. 각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이용하거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당장 금연에 도전할 수 있다. 일부 금연 성공자들은 "담배에 대한 생각을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아예 머릿속에서 싹 지웠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금연 도전에 참고할 수 있는 경험담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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