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2300억 대박' 창업자, 이번엔 로봇…투자사들 175억 쐈다

최태범 기자 2024. 8. 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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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핫딜]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홀리데이로보틱스, 175억 시드투자 유치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뤼튼' 생성 이미지

인간 형상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SF(Science Fiction)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였다. 때로는 사람의 친구로, 때로는 사람과 적대하는 존재로 묘사되며 일반 대중들의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런데 지금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상상 속의 존재에 그치지 않게 됐다. AI(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로봇공학이 맞물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제 연구실을 떠나 세상으로 나올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캐나다·노르웨이 등에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만 10종 이상에 달한다. 특히 중국이 새로운 성장 전략의 하나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세우면서 벌써 이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이 뜨겁다.

한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올해 4월에 설립된 신생 기업임에도 시드 단계에서 175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혜성처럼 나타난 '홀리데이로보틱스'다.
수아랩,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 해외 M&A 중 최대 규모 기록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수아랩' 창업자인 송기영 대표가 AI와 로봇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설립했다. 수아랩은 AI 딥러닝 기반 비전검사 회사로, 2019년 미국 코그넥스에 2억달러(당시 약 2300억원)에 매각됐다.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의 해외 M&A(인수합병) 사례 중 최대 규모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다양한 제조업에서 부품 조립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사람의 행동, 특히, 상체의 움직임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휴머노이드 개발을 타겟으로 잡았다. 앞으로 서비스업, 가정용 등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현재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 학습을 통해 로봇이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최소화하는 연구와 제조업에서 활용 가능한 정교한 로봇 손 중심의 매니퓰레이션(조작)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로봇과 AI 분야 최고 수준의 인재 채용 및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내에 로보틱스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송기영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가장 중요한 건 로봇이 새로운 동작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사용성"이라며 "수아랩이 비전 검사에서 딥러닝 기술을 선도적으로 상용화했듯 홀리데이로보틱스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투자사들, 송기영 대표 '맨 파워'에 베팅
/사진=홀리데이로보틱스
홀리데이로보틱스의 시드투자에 참여한 투자사들은 송 대표의 '맨 파워'를 높게 평가했다. 리드 투자사인 스톤브릿지벤처스를 비롯해 스프링캠프, 인터베스트는 딥러닝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수아랩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초기 투자에 참여한 바 있다.

이들은 송 대표와의 인연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다. 최동열 스톤브릿지벤처스 투자부문 대표는 "송 대표를 9년 넘게 지켜본 결과 머신러닝 비전검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신규 투자에 나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맹두진 사장은 송 대표에 대해 "엔지니어로서의 기술적인 역량과 경영자로서 시장을 바라보는 능력, 최고의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맹 사장은 "현재 세팅된 초기 맴버들도 선도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고 로봇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엔지니어들로 구성됐다"며 "로봇 분야 선도 기술을 적용해 제조 산업에서 혁신을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돋보여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으나 뒤처진 속도 따라잡을 수 있어"
1월1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스피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우라’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종현 스톤브릿지벤처스 상무는 "시드 라운드에 이례적으로 많은 자금이 투입된 것은 송 대표가 수아랩 창업과 엑싯 경험을 토대로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잘 배분해서 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현 상무는 "현재 홀리데이로보틱스는 허들을 높게 잡고 고급 인재를 뽑고 있다"며 "고객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가운데, AI 소프트웨어 기술과 로봇 하드웨어 기술을 모두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상무는 "해외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이 직접 장비를 착용하고 움직이는 것을 데이터로 확보하는 모방 학습 방식이지만, 홀리데이로보틱스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방식은 데이터 학습을 위한 실제 환경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뮬레이션에서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한다. 해외 기업들보다 뒤처진 속도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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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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