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조성"...머스크의 `엑스` 브라질서 못 쓴다

로이터 연합

텔레그램 CEO가 프랑스에서 법적 처벌을 받을 위기인 가운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엑스(옛 트위터)는 브라질에서 서비스가 중단됐다. 법원이 내린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게 이유다.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30일(현지시간) 브라질 방송·통신 관련 허가·규제·감독기관인 아나텔(Anatel)에 전국에서 엑스 서비스를 차단하는 조치를 할 것을 명령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대법관은 또 앱스토어에서 엑스를 삭제하고,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개인과 기업의 우회 접속 적발 시 5만 헤알(1200만원 상당) 벌금 부과도 함께 지시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엑스는 반복적이고 의식적으로 브라질 사법 시스템을 무시했다"며 "브라질에서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 4월 브라질 대법원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가짜 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digital militias) 행위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특정 계정 차단을 엑스에 명령했다. 이후 브라질 대법원은 엑스의 '가짜뉴스' 차단 조처 명령 미준수와 법률 대리인 미지정 등을 문제 삼으며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계좌 동결 조처를 최근 내렸다.

브라질 대법원은 특히 오는 10월 브라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엑스를 통한 증오·인종차별 메시지 유포·재생산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극단주의 조직과 디지털 민병대의 엑스 도구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며 "(엑스가) 기존 법원 명령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전날 엑스 측은 글로벌 대관업무팀 공식 계정으로 "엑스는 언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브라질 대법원 결정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별도로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향해 "법관으로 가장한 최악의 범죄자", "정치적 동기에 의한 사이비 법관", "볼드모트(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악역) 같은 독재자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노력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