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었지만 골 넣으면 축구스타 손흥민이 부럽지 않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축구 명문 대구 대륜중 시절엔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그런데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포기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릴 적 꿈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의 발걸음은 생활축구 동호회로 향했다. 정진설 서울 서초구축구협회 회장(62)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말마다 녹색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1980년대 후반이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둥지를 틀고 줄곧 살았다. 서울서일초교에서 공을 차는 동호회에 들어가 매 주말 공을 찼다. 당시 축구 동호회는 조기축구 개념이라 새벽에 훈련 겸 경기하고 주말에는 친선경기 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정 회장은 개인 사업상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전에 공을 찼다. 2006년엔 ‘허리케인’이란 축구 클럽을 창단해 서초구생활체육축구연합회(현 서초구축구협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서초구70대대표팀이 2022년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60대대표팀이 서울시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9월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대통령기 대회에는 서울시 60대대표로 출전한다. 2019년 서초 FC로 이름을 바꾼 클럽팀은 토요일 오후 서울 언남고 운동장에서, 서초구60대대표팀은 일요일 오전 서울 양재근린공원축구장에서 경기를 한다.
정 회장이 주말에만 축구를 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2022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말에만 격렬한 운동을 해도’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심박수로 따지면 분당 142박동 이상의 운동이다. 축구도 대표적인 격렬한 스포츠다. 정 대표의 경우 매주 25분 경기를 3경기 이상을 소화하기 때문에 준비운동부터 따지면 WHO기준에 부합하는 운동량이다.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등산만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정 회장은 주말 축구로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주말에만 축구를 즐기는 축구동호인들도 많다.
“솔직히 저도 축구를 일찍 포기한 이유가 성공하기 쉽지 않아서거든요. 아들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강력하게 말렸어요. 그런데 자식들은 부모 의지대로 안 된다고…. 그 뜻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축구하다보니 축구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정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이다. 미드필더로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것도 있지만 둘째 아들과 함께 고려대에서 공을 찼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고 했다. 물론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에이른 뮌헨) 등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 다 좋아한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해외리그, 프로축구 K리그 경기도 TV로 자주 시청한다.
정 회장은 주말마다 상대 팀을 초청해 25분 경기를 6쿼터씩 진행하는데 3쿼터 이상 출전한다. 환갑을 넘었음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참 어렸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나이를 계속 먹는데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젊어지는 느낌이랄까. 수비형미드필더다 보니 제가 좀 많이 뛰어 다니는데 해가 갈수록 더 잘 뛴다는 평가를 받아요. 물론 주말 축구로만은 이렇게 뛸 수 없죠. 나이가 들면서 주중 3~4일은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거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
그는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재미에 삶이 건강하고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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