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故이지한 명예졸업장 받아 “꽃다발 없이 영정 들고 오열, 보고싶다”[전문]

이슬기 2024. 8. 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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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故이지한 소셜미디어

[뉴스엔 이슬기 기자]

故 배우 이지한이 동국대학교 명예졸업장을 받은 가운데, 모친이 심경을 전했다.

이지한의 가족은 22일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2024년 가을 학위수여식에서 고인을 대신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동국대 예술대학 연극학부에 재학하던 이지한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밤 이태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이지한의 모친은, 이지한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8월 22일에 지한이의 명예졸업식이 있었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모친은 "우리는 지한이의 영정사진을 가지고 졸업식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에 지한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서 가슴 아리게 슬프지만 지한이의 영정사진을 비단 보자기에 싸서 들고 갔습니다. 강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졸업생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부모님과 꽃다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우리는 너무나 부러웠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우리 셋은 들어 가는 순간부터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한이의 졸업을 축하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꽃다발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받을 지한이가 우리 곁에 없는 게 너무 슬펐기 때문입니다. 명예 졸업장을 괜히 받으러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졸업장을 받을 지한이도 없는데 그까짓 종이 한장이 뭐그리 중요할까요.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고 모든 게 의미없고 가슴에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이 숨을 쉬기가 어려운데 말입니다. 주인공도 없는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답답한 생각에 우리 가족은 가슴속에 커다란 구멍을 하나 가지고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털어놨다.

모친은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연극영화과 친구들과 같이 졸업을 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엄마 아빠의 꽃다발을 웃으며 받을 수 있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다른 졸업생들처럼 부모와 나란히 서서 졸업장을 받았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럴 수 없기에 모든 게 다 부질없고 쓸데없는 일들 같았습니다"라며 슬픈 마음을 전했다.

그는 "10월 29일 이후로 지한이가 없는 우리 가족의 삶은 두 발이 땅이 아닌 공중에 두둥실 떠서 영혼 없이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그 어떤 것에도 아무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지한이는 만지지도 못하는 명예 졸업장을 지한이의 영정사진 앞에 두고서, 엄마, 아빠,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립니다. "지한아 명예졸업을 축하한다"라고 말입니다. 지한이 없이 남겨진 우리 셋은 그날 서로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듣고 있지? 지한아? 보고 있는거지? 사랑하고 많이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다"라며 먹먹한 심경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故 이지한 어머니 글 전문이다.

8월 22일에 지한이의 명예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졸업식에 갔다 와서 몸살이 심하게 나서 오늘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날의 일을 회상해봅니다.

우리는 지한이의 영정사진을 가지고 졸업식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에 지한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서 가슴 아리게 슬프지만 지한이의 영정사진을 비단 보자기에 싸서 들고 갔습니다.

강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졸업생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부모님과 꽃다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우리는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우리 셋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한이의 졸업을 축하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꽃다발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받을 지한이가 우리 곁에 없는 게 너무 슬펐기 때문입니다. 명예 졸업장을 괜히 받으러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졸업장을 받을 지한이도 없는데 그까짓 종이 한장이 뭐 그리 중요할까요.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고 모든 게 의미없고 가슴에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이 숨을 쉬기가 어려운데 말입니다.

주인공도 없는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답답한 생각에 우리 가족은 가슴 속에 커다란 구멍을 하나 가지고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연극영화과 친구들과 같이 졸업을 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엄마 아빠의 꽃다발을 웃으며 받을 수 있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다른 졸업생들처럼 부모와 나란히 서서 졸업장을 받았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럴 수 없기에 모든 게 다 부질없고 쓸데없는 일들 같았습니다.

10월 29일 이후로 지한이가 없는 우리 가족의 삶은 두 발이 땅이 아닌 공중에 두둥실 떠서 영혼 없이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그 어떤 것에도 아무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지한이는 만지지도 못하는 명예 졸업장을 지한이의 영정사진 앞에 두고서,

엄마, 아빠,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립니다.

"지한아 명예졸업을 축하한다"라고 말입니다.

지한이 없이 남겨진 우리 셋은 그날 서로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듣고 있지? 지한아? 보고 있는거지?

사랑하고 많이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다.

뉴스엔 이슬기 rees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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