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3배 수익 노리는 '레버리지의 민족' …'엔비디아 베팅' 했다 물렸다

김정현 기자 2024. 8. 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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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ETF 투자금액 날로 증가하지만…"손실 주의"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기대하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서학개미들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익을 기대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2배, 3배 레버리지 ETF 투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반대로 손실도 커지는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29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NVDL)'였다.

NVDL은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다. 서학개미는 해당 종목을 3795만 달러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2위와 3위도 3배 레버리지 ETF였다. 2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배'(SOXL·3561만 달러)로 ICE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3위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디렉시온 미국 20년 이상 국고채 3배'(TMF·2565만 달러)였다. TMF는 20년 이상 만기 미국채로 구성된 기초지수(ICE U.S. Treasury 20+ Year Bond Index)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Photo by JOEL SAGET / AFP) ⓒ AFP=뉴스1

◇엔비디아 2배·반도체 3배 베팅 결과는…NVDL 14%↓·SOXL 7%↓

이 중 엔비디아 레버리지 ETF와 반도체 레버리지 ETF 순매수가 상위권을 차지한 이유는 지난 29일 새벽(국내 시간) 발표된 엔비디아의 실적발표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엔비디아뿐 아니라 반도체 관련 종목 전반의 강세를 불러올 거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지난주 엔비디아 주가는 130달러를 일시적으로 회복하기도 했다.

다만 막상 실적발표 후 엔비디아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2분기 실적이 시장전망치를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치는 충족시키지 못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이날 정규장에서 2.10% 하락 마감한 뒤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6.89% 추가로 하락했다. 이어 29일(현지시간) 정규장에서도 엔비디아가 추가 하락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부분의 주가도 부진했다.

이에 NVDL은 전주 대비 13.63%, SOXL은 7.77% 하락했다. 한편 TMF도 같은 기간 2.28% 하락했다.

통상 레버리지 상품이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주가 상승에 돈을 건 투자자들은 이번 주가하락으로 큰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투자 4% 줄 때 '엔비디아 2배' 투자는 25% 증가

이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해외 레버리지 ETF 투자 금액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 중인 레버리지 ETF SOXL의 보관금액은 지난 6월말 22억 6796만 달러에서 두 달 만에 10.0% 증가해 24억 9562만 달러로 늘었다.

NVDL의 보관금액도 같은 기간 6억 7357만 달러에서 8억 4019만 달러로 24.7% 증가했다. 반대로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130억 980만 달러에서 125억 8533만 달러로 3.91% 감소했다.

반도체와 관련없는 레버리지 상품인 TMF 역시 같은 기간 보관금액이 24.1% 늘어난 14억 4719만 달러를 기록하며 아마존을 제치고 해외주식 보관금액 9위 자리를 차지했다.

8월 28일 기준 해외주식 보관금액 상위 15개 종목 중 레버리지 ETF 종목(한국예탁결제원 갈무리)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리스크 동반 유념해야"

전문가들은 '한탕'을 노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F가 선호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큰 손실 위험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구매 경향과 달리 실제로는 보유기간 동안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레버리지 ETF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인버스 ETF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보유기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일간 수익률을 따르도록 설계돼 '복리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권 연구위원은 "기초지수가 10% 상승하고 다음날 9% 하락했다면 기초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0.1%지만, 2배 ETF 성과는 -1.6%, -2배 ETF의 성과는 -5.6%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반투자자에게 유용한 투자수단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섣부른 판단, 잦은 매매 등으로 인해 투자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미국 주식 상위 10개 중 5개가 레버리지 ETF였다"며 "ETF를 통한 분산 및 간접투자는 바람직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는 리스크가 함께 동반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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