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지갑에 소비자들 ‘짠물 소비’...관리비·육아용품 지출도 조여

강우량 기자 2024. 8. 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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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생활소품 매장의 모습. /뉴스1

대학원생 안모(28)씨는 최근 동기들과 돈을 모아 8000원짜리 볼펜 묶음을 사서 4개씩 나눠 가졌다. 연초에 산 4L짜리 주방세제는 아직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젤리 같은 간식거리나 치약, 물 등 자취할 때 필요한 생필품도 대부분 동기들과 ‘공동 구매’로 해결한다”며 “그렇게 아끼는 돈은 1~2만원 정도지만, 요즘 같은 고물가엔 그마저 소중하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며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이 지출 절감에 몰두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가계 실질 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0.6% 늘었다.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듯 보이지만, 지난 1분기 실질 소득이 1.6% 대폭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미비하다. 또 직전 2년(2022~2023년)간 실질 임금이 각각 0.2%, 1.1% 감소하면서 이미 지갑이 얇아진 여파도 크다.

소비자들은 외식비나 유흥비 등 단순 소비성 지출을 넘어서, 관리비나 통신비 같은 고정지출도 바짝 조이고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2024년 상반기 인기 신용카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위는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공과금을 할인해주고, 주말 마트나 주유 등 생활비도 절감해주는 ‘신한카드 미스터라이프’가 차지했다.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 통신요금 등의 고정비 할인을 제공하는 ‘롯데 LOCA 365 카드’도 5위에 올랐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30)씨는 올해부터 신용카드로 공과금을 월 최대 5000원까지 할인받고 있다. 그는 “올해 말 아파트에 입주할 경우 더더욱 공과금 아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리 카드를 새로 발급했다”며 “요즘엔 간단히 한 끼 먹는 데에도 1만원 이상씩은 써야 해, 어떤 지출이든 방심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5~6년된 육아용품들이 되려 귀한 몸이 됐다. 200만원짜리 유아차나 30만원짜리 침대 신제품은 부담이 커,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상품들을 돌려쓰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신혼부부 윤모(29)씨도 최근 5개월 된 아이를 위해 15만원에 중고 유아차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 아이 키우는 신혼부부들은 워낙 물가가 비싸니 고급 제품을 사기보다는 서로 품앗이하기 바쁘다”며 “개인적으로 옷을 사거나 머리를 자르는 건 사치로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조이는 심리는 물가가 치솟은 것과 더불어, 주머니 사정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크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양질의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실질 소득을 끌어 올려야 소비도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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