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인지도 모르면 안되잖아요” K-방산 돌풍 뒤 여름휴가도 반납한 직원들 헌신 [난 누구, 여긴 어디]
1년 전부터 행사 콘셉트 논의하고 토론
“실물 무기 전시하면 1달 전부터 운반 준비해야”
K-방산 관심 높아지면서 추가 수주 위해 노력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방산 기업 A사에서 일하고 있는 40대 이민희(가명) 씨는 올해 여름 휴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A사가 다음 달 해외에 열리는 3개의 방산 전시회에 연이어 참석, 이와 관련된 지원 업무를 맡으면서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이 씨는 “연말이 돼야 긴 휴가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올해 국내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 참가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까지 총 5개의 해외 전시회에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참가할 예정인 해외 전시회는 4개입니다. 지난해(6개)와 비교했을 때 3번이나 더 많은 전시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그룹의 또 다른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은 독자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공동 부스를 마련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도 현재까지 참석했거나 참가할 예정인 전시회가 총 9개입니다. 현대로템은 올해 들어 총 4개의 해외 전시회에서 K2 전차 등을 선보였습니다. 국내에 열린 행사까지 포함하면 방산 기업들이 참가한 전시회 횟수는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A사 관계자는 “입사 초기와 비교했을 때 전시회 참가 횟수가 체감적으로 2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방산기업 B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명 전시회만 참가하자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행사에도 부스를 설치하자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각국에 열리는 전시회에 연이어 참석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하나의 전시회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3~4개월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큰 행사의 경우 1년 전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콘셉트 등을 논의합니다. 참가할 전시회는 늘어났는데 사람은 부족해 행사 기획 관련 부서는 인력 충원을 지속해서 요구할 정도입니다.
A사 또 다른 관계자는 “미리 준비해도 전시 콘텐츠 변경, 돌발 변수 등으로 늘 시간에 쫓기면서 일을 한다”며 “전시 부스를 본격적으로 시공하는 마지막 일주일은 밤샘 작업도 잦다”고 했습니다.
특히 실물 무기를 직접 전시해야 할 경우 처리해야 할 업무는 더욱 늘어납니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에 미리 운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만약 참가할 전시회가 연달아 있는 경우 운반 동선을 짜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이유는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위해서입니다. 중동발 리스크,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이슈로 글로벌 안보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중동 국가들은 자국을 지킬 방어 전력으로 K-방산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저렴하다는 장점을 눈여겨 본 것이죠. 국내 방산 기업들은 K-방산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때 추가 수주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 직원들은 해외 전시회에서 K-방산의 높아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C사 한 직원은 “과거에는 우리가 한국 기업인지도 모르는 해외 고객사들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본사가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은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파악하고 방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기를 구매한 적이 있는 국가가 부스에서 다른 국가에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K-방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 국내 방산 기업은 최근 2년간 주요 국가들과 조단위 규모의 무기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루마니아 국방부와 K9 자주포 54문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규모는 무려 1조3823억원입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일감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한 방산회사 관계자는 “해외 홍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최소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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