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장르 다각화 나선 엔씨의 불완전한 첫걸음 '호연'

김주환 2024. 8. 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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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전투 재미 살렸지만 스토리·콘텐츠 부실…3분기 실적 영향 전망
'호연' 실시간 전투 화면 [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모바일 게임 매출 급감으로 지난 2분기 간신히 흑자를 내며 벼랑 끝에 몰린 엔씨소프트가 반전 카드로 '호연'을 꺼내 들었다.

'호연'은 밝은 분위기의 그래픽과 4∼5등신의 애니메이션풍 캐릭터가 특징인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두드러진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락을 계기로 장르·플랫폼 다각화 노력을 강조하면서 처음으로 선보인 모바일 기반 대작 RPG기도 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 '호연' 브랜드 공개와 함께 옥외 광고와 인플루언서를 동원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엔씨소프트가 고액 결제 층을 노린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게임만 만든다는 젊은 층의 편견을 '호연'으로 타파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호연'은 한쪽 어깨에 수익 창출, 다른 어깨에는 부정적 기업 이미지 개선이라는 사명을 각각 떠안고 지난 28일 첫발을 뗐다.

'호연'의 보스전 [게임 화면 캡처]

자동전투 MMORPG 위에 올린 전략적 게임플레이

'호연'에는 기존에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들처럼 자동전투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기본적으로 전투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적과 싸우고, 캐릭터의 스킬도 설정에 따라 쿨타임(재사용 대기시간)이 차면 자동으로 쓰게끔 할 수 있다.

하지만 100% 자동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들이 날리는 강한 공격은 '협력기'로 차단하거나 타이밍에 맞춰 회피해야 하는데, 이는 반드시 수동으로 하게끔 되어 있다.

공격을 차단하거나 회피로 흘려내면 적이 일정 시간 약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긴장감과 컨트롤 성공에 따른 쾌감을 강조했다.

게임플레이 도중 만나는 보스전도 단순히 전투력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제때 공격을 차단하고 장판 공격을 피하는 컨트롤이 중요하도록 구성돼있다.

UI(유저 인터페이스)나 조작법상 리니지 색을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기존에 잡힌 틀 안에서 나름의 혁신을 시도한 셈이다.

실시간 액션과 턴제 전투를 결합한 게임플레이도 과연 좋은 설계일지의 여부를 떠나 신선했다.

두 방식의 전투는 캐릭터만 동일할 뿐 서로 분절된 별개의 게임에 가까운데,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반드시 턴제 전투 콘텐츠인 '심상 수련'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으나 턴제 전투의 경우 자동 플레이가 가능하고 실시간 전투 도중 원격으로 돌릴 수 있어 이를 싫어하는 유저에게도 부담감은 크게 다가오지 않을 전망이다.

'호연'의 턴제 전투 [게임 화면 캡처]

텅 빈 레벨 디자인, 당혹스러운 서사와 캐릭터 디자인

하지만 게임플레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호연' 속 세상은 속 빈 강정이다.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몬스터를 n마리 잡아오라'는 퀘스트의 연속이며, 그 안에는 어떠한 탐험이나 상호작용 요소도 없다.

이 때문에 '호연'의 탐험은 그저 점과 점 사이를 잇는 이동 과정에 불과하다. 새로운 장소로 가더라도 이용자의 플레이 경험은 변하지 않으며, 그저 눈에 비치는 풍경의 모습과 몬스터의 종류만 달라질 뿐이다.

'호연'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엔씨소프트의 전작 '블레이드&소울'이 출시 초기 '경공'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아이템을 수집하는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게임 도중 나오는 컷신(연출 영상)은 기술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으나,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는 과장된 연기와 아동용 만화에 나올 법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점철되어 있다.

'호연'이 기획 과정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호요버스의 '원신'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스토리 속에 캐릭터의 감정 변화나 배신, 음모,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를 효과적으로 녹여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깝다.

'호연'의 캐릭터 디자인 [게임 화면 캡처]

캐릭터 디자인 면에서도 당혹스러운 포인트가 눈에 띈다.

출시 시점 64종에 달하는 호연의 캐릭터는 '정예'·'달인'·'특수' 3등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낮은 정예 등급의 경우 몬스터에 가까운 디자인의 '비호감형' 캐릭터가 많다.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기 위해서라고 항변할 수야 있겠으나 이런 캐릭터들은 스토리상 존재감은 옅고 설정도 판에 박힌 듯하다.

얻기 어려운 특수 등급 영웅은 전부 섬세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미형의 캐릭터인 점을 고려하면, 제작진이 캐릭터 풀을 늘리려고 스토리상 나오는 조연급 보스를 재가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넥슨의 수집형 RPG '블루아카이브'는 3성 등급 학생뿐 아니라 쉽게 얻을 수 있는 1성 등급 학생도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스토리에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호연' 제작진도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호연'의 호감도 영입 시스템 [게임 화면 캡처]

엔씨 모바일게임 최초로 BM에 '천장' 도입…실적 개선 기여할까

'호연'을 수익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기존의 리니지류 게임보다는 완화됐으나 여전히 강한 BM(수익모델)이 눈에 띈다.

'호연'에는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모바일게임 최초로 일정 이상 뽑기를 돌리면 원하는 상품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게 하는 '천장' 시스템이 출시 시점부터 도입됐다.

천장인 뽑기 횟수 80회를 달성하면 시즌별로 출시되는 한정 영웅 픽업의 경우 확정적으로 캐릭터를 지급하고, 상시 픽업에 해당하는 '속성 선택'의 경우 특수 등급 영웅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모집권을 제공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캐릭터 강화를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을 확률형 뽑기에 쓰게 되어 있다.

'호연'에는 동일한 영웅을 여러 번 획득해 6단계로 성능을 강화하는 '초월' 시스템이 적용돼있는데, 등급에 따라 2개 이상의 동일 캐릭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특수 영웅의 경우 6단계 초월을 달성하려면 총 11번을 뽑아야 하는 구조다.

한정 영웅 모집 기준 최고 등급 캐릭터의 획득 확률은 0.1% 미만이다. 한 번에 30개씩 나오는 '호감도' 아이템 100개를 모아 온전한 영웅 하나를 영입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얻을 확률이 각 0.2% 수준이다.

다만 초반에 뽑기 전용 재화를 후하게 주는 편이라 누구나 주인공을 제외한 특수 등급 영웅 하나 정도는 얻고 시작할 수 있다.

또 낮은 등급 캐릭터도 특성을 보면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전체적으로 엔씨소프트 게임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보면 납득할 만한 BM으로 평가된다.

출시 초기인 만큼 '호연;의 구체적인 성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나, 엔씨소프트가 앞서 선보인 '퍼즈업 아미토이'나 '배틀크러쉬'보다는 훨씬 결제 유도가 강한 만큼 3분기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호연'의 영웅 초월 시스템 [게임 화면 캡처]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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