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한다"던 정부의 여가부 예산 증액 아이러니, 왜?
여성가족부가 2025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5.4% 늘어난다. 윤석열 정부 들어 3년 연속 매년 소폭 증액되는 추세다. 여가부 폐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여가부 규모를 키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증액분 대부분이 출산‧양육 예산이고 양성평등 예산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반쪽짜리 증액'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보다 5.4% 늘어난 1조8163억 원으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예산안에서 중점을 둔 부분으로 △돌봄 및 일자리 지원, △취약·위기 가족 및 청소년 특화 지원, △폭력 피해 예방 및 피해자 지원 등을 꼽았다.
여가부 예산안의 3분의 2가 넘는 69.9%를 차지하는 가족 정책 예산은 1조2703억5300만 원으로 6.1% 늘었다. 그 다음 14.3%를 차지하는 양성평등 정책은 2598억2500만 원으로 6.1% 증액됐고 청소년 정책 부분은 2449억4200만 원으로 2.4% 올랐다. 행정 지원의 경우 411억9700만 원으로 올해 대비 2.8% 줄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아이돌봄 지원 예산은 올해 4678억6600만 원에서 내년 5134억2800만 원으로 약 456억 원이 증액됐고 한 부모 양육 지원 예산은 올해 5355억9500만 원에서 5528억3300만 원으로 172억여 원 늘었다. 내년에 처음 도입되는 '양육비 선지급제'에는 162억 원이 투입된다.
전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 '딥페이크'(이미지 합성)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소폭 증액 편성됐다.
성범죄 대응 총 예산은 올해보다 약 3억 원 늘어난 50억7500만 원, 디지털성범죄 지역특화상담소 운영 예산은 약 1억 원 늘어난 7억1200만 원으로 편성됐다.
교제 폭력과 스토킹, 딥페이크 등 신종 범죄 예방(9종) 관련 교육 콘텐츠 개발에는 3억 원이 늘어난 5억2900만 원, 아동‧청소년 온라인 성착취 예방(5종)을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에는 올해보다 1억 원 늘어난 3억 원이 투입된다.
다만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소속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운영 예산은 올해 34억7500만 원에서 내년 32억6900만 원으로 2억여 원 줄었다.
"직원 한 명이 피해자 100명 지원, 말이 되나"
여성단체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디성센터 예산이 축소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가부는 디성센터 예산 축소에 대해 "삭제 지원 시스템 서버 이중화 작업이 끝나 관련 예산(2억2700만 원)이 순감했기 때문"이라며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인건비 예산은 2100만 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39명(정규직 31명, 기간제 8명)인 삭제 지원 인력은 내년 41명(정규직 33명, 기간제 8명)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날 <프레시안>에 "디성센터의 핵심 문제는 인력 확충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유포되는 이미지 수천수만 개에 이르는데 직원 한 명이 피해자 백 명을 지원한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에게도 고강도 노동일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지원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이 큰 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신영숙 차관이 디성센터를 방문해 딥페이크 피해 지원 방안을 점검했을 당시,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끊임없이 재유포되는 피해영상물의 신속하고 완전한 삭제를 위해 삭제 실무자 1인당 피해자 100명 이상을 지원하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디성센터의 인력 부족 상황을 보고한 바 있다.
최 소장은 여가부 전체 예산안과 관련해선 "출산과 돌봄 예산은 큰 단위로 늘어나는 반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양성평등 정책 예산은 사실상 1~2억 소규모로 증가하거나 삭제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증액됐지만, 정부가 여가부에 두고 있는 가치가 여전히 출산‧돌봄에만 매몰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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