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쏙 과학쏙] 바다도 30도 '열탕'…강력한 '가을 태풍' 만드나
날씨와 과학 현상을 알기 쉽게 전달해 드리는 날씨쏙 과학쏙입니다.
최근 들어 폭염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올 여름 내내 이어졌던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에 이어 이제는 태풍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데요.
올해 태풍은 6월에 1개, 7월에 2개, 8월에 6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근처까지 접근해 직접 영향을 줬던 태풍은 9호 '종다리'와 10호 '산산' 두 개뿐입니다.
대부분이 일본으로 향했기 때문인데요.
그간 만들어진 태풍들이 한반도 쪽으로 오지 못하고 일본 쪽으로 움직인 건, 우리나라 상공을 뒤덮은 두 고기압의 힘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상공에서 기록적인 무더위를 만들어 낸, 이 폭염 고기압들이 마치 장벽처럼 길을 막고 있다 보니, 태풍이 일본 쪽으로 우회한 겁니다.
하지만 9월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은 중국 내륙 쪽으로 물러가고, 하층에서 한반도를 덮고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도 수축하는데요.
태풍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쪽으로 태풍이 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게다가 한반도 주변 바닷물은 한여름 폭염으로 이미 뜨겁게 달궈진 상태입니다.
해수면 온도가 28도에서 30도 정도로 평년보다 2도에서 4도가량 높아진 상태인데요.
이렇게 바닷물이 뜨거우면, 태풍의 '연료'가 되는 수증기가 풍부해지고요.
태풍이 뜨거운 바다 위를 지나는 동안 수증기를 꾸준히 공급받아, 강한 힘을 유지하며 한반도까지 북상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가을이 되면 북쪽에 있는 찬 공기가 점차 우리나라로 내려오는데요.
이 찬 공기와 뜨거운 수증기를 머금은 태풍이 충돌하면 많은 비를 쏟아냅니다.
폭염 여파로 한층 강해진 태풍이 극심한 폭우를 퍼부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차동현 / 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회 위원(UNIST 교수)> "가을철인 9월과 10월에 급격하게 강화되는, 급강화 태풍들이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변 북서태평양의 해수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이러한) 열적인 조건들이 태풍 강화에 호조건이 되고 있고…."
최대풍속 초속 54m 이상의 '초강력 태풍'이었던 2003년 매미, 15명의 인명 피해를 낸 2022년 힌남노까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기록적인 태풍은 주로 가을에 발달했습니다.
이미 펄펄 끓는 바다는, 강력한 가을 태풍을 만들 여건을 갖췄습니다.
9월을 포함해 10월 초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날씨쏙 과학쏙입니다.
임하경 기자 (limhakyung@yna.co.kr)
[영상취재기자 : 진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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