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다고 포기하면 실패일 뿐…교훈 얻으면 성공의 밑거름” [박희준의 인물화(話)⑦-1 고상구 베트남 K-마켓 회장]
고상구(66) K&K글로벌 트레이딩 회장은 베트남에서 K-마켓으로 유통문화를 바꾸면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백화점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남은 자금으로 유통업에 뛰어든 그다. 2006년 시작한 K-마켓은 현지에 150여개 매장을 둔 베트남 최대 유통·무역회사로 성장했다. ‘베트남 리포트’가 선정하는 100대 브랜드에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에서 유통하는 한국 농식품과 공산품만 1만 제품종류(SKU)에 이른다. 직원수가 2000여명인데, 정작 한국인은 60여명뿐이다.
고 회장은 “재외동포들이 각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성장이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상호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의 한류 분위기가 어떤지.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다. 동남아 어느 곳보다도 그렇다. 한국 식품과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 음악과 영화를 즐긴다. 동남아에서는 일본이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지금 베트남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일본 차량보다 더 잘 팔린다.”
―박항서 전 베트남축구팀 감독의 영향도 클 듯하다.
“박 감독과 개인적으로 잘 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한 역할은 국내 굴지 기업의 몇 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데 일등공신이다.”
―처음에 K-마켓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성공하지는 않았을텐데.
“2002년 하노이 코리아타운에서 백화점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실패도 큰 자산이다. 실패는 멈추면 실패로 끝나지면, 멈추지 않고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고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라고 믿는다. 백화점을 실패한 후 그래도 잘 팔리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했더니 한국 인삼이였다. 백화점을 폐업하고 수중에 남은 돈으로 인삼사업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성공했다.”
―‘인삼왕’이라는 별명이 그래서 붙었나보다.
“베트남 사람들도 인삼이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특히 인삼은 밀수가 성행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베트남인들이 믿을 수 있도록 인삼을 투명한 유리 용기에 넣고 현지 술을 담아 팔았다. 많을 때는 인삼매장을 40개 이상 운영을 했다. 식품유통사업을 하면서도 당시 인기 품목이었던 인삼주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K-마켓은 무차입 경영이 원칙이다. 식품유통쪽이 커지면서 인삼매장은 정리를 했다.”
“베트남은 맥주를 냉장보관하지 않고 얼음에다가 따라 마시는 식이다. 당시 베트남 매장에는 냉장고나 냉동고가 없이 운영되는 시기였다. 즉 콜드체인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급 마켓을 열겠다고 생각했다. 인테리어를 제대로 하고 진열장을 갖추고 냉장·냉동고도 있는 그런 매장을 선보였다. 한국에서 고급 매장 사진을 찍어다가 현지에 적용했다. 냉장·냉동고,오픈다단 같은 장비를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워 한국에서 전부 가져왔다. 또 고가일지라도 다른 한인 마트에서 팔지 않는 아이템을 진열했다. 고급화 전략이다. 지금도 K-마켓 매장에는 회가들이 직접 그린 벽화를 매장에 그려두고 있다.”
―처음에 상호명이 K-마트이었는데.
“2003년 4월 스타코리아 인삼매장 1호점을 개장하고 2007년 K-마트 하노이 풍이옌점을 냈다. 인기를 끌고 매장이 늘어나면서 상호가 알려지다보니 미국에서 같은 상호를 쓰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2015년 K-마켓으로 바꿨다.”
―현지인들 입맛을 바꾸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식품 사업은 ‘10년 공들여서 100년 먹고 산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입맛을 바꿀 수는 없다. 한국에서 가져온 식품을 다 팔지 못해 내다 버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한 무료 시식회나 홍보 등을 통해 고객을 늘려갔다. 한번은 포도를 처음으로 수입해서 가져갔다가 10%도 팔지 못해 아예 주변 사람들과 고위층에 나눠줬다. 공짜로 몇해 나누어주었고 먹어 보던 사람들이 맛이 있으니까 그 때부터 팔리기 시작하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 우리 K-마켓의 명성은 현지 아파트 분양 광고에 ‘K-마켓 입점’이라고 사용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현지화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우리 주 타깃 고객은 원래부터 동포가 아니라 베트남 현지인들이었다. K-마켓 근거지가 호찌민이 아니라 하노이인 것도 현지인을 대상으로 시장을 키우겠다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한국식품. 판매 비중이 B2C(기업 대 고객)보다 B2B(기업 대 기업)의 매출이 높다. 전체 매출이 B2C 40%, B2B 60%다.”
―베트남도 온라인 쇼핑으로 바뀌고 있지 않는지.
“베트남도 IT강국이라서 온라인 쇼핑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K-마켓 수익을 온라인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24시간 주문받아 고객이 K-마켓에서 픽업하도록 하고 있다. 베트남은 온라인 배송 서비스 시스템이 다르다. 한국은 집에 사람이 없으면 문앞에 두고 가면 되지만 베트남은 그렇지 못하다. 분실의 가능성이 높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K-마켓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픽업하는 걸 좋아한다. K-마켓은 밤 12시까지 영업을 한다.”
“우리 농식품 품질이 좋다. 가격이 높더라도 품질만 좋으면 충분히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
―K-마켓 페이스북에 얼마전 경북 지역 식품 홍보를 하는 사진이 올려졌던데, 효과가 있는지.
“효과가 크죠. 10년 공들여 100년 먹고 사는게 식품사업이라고 했잖아요. 자꾸 노출을 시켜야 한다. 일회성으로는 절대 효과를 낼 수 없다. 베트남 사람들은 새 상품이나 처음보는 식품을 대할 때 쉽게 접근하지 않는다. 김을 처음 베트남에 홍보할 때 처음 접하는 식품이라서 김을 받아 들고 냄새를 맡기만 했다. ‘괜찮으니 먹어 보라’고 하니 겁을 내고 혀끝을 대곤 했다. 검은 식품이니 그랬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10년 공들인 김이 열풍이라 할만큼 대단한 시장이 되었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베트남 시장은 오랫동안 끈기있게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급하게 달려들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서 동종업계 2,3등일지라도 베트남에 먼저 들어와 꾸준하게 공략해 선점하면 1등이 될 수 있다. 한번 1등이 되면 한국에서 아무리 1등 기업일지라도 뒤집기 어렵다.”
―꾸준히 하려면 초기에 지나친 투자는 금물이겠다.
“오랜 기간 버티려면 처음부터 과도하게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장치산업이나 제조업은 그럴 수밖에 없지만, 다른 업종은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몰빵하는 식은 곤란하다. 조금씩 적당하게 투자하면서 버티면서 저변을 넓혀가야 한다. 꾸준히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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